직접 인생 경험 :D/엘리 이야기

[캐나다 일상] 15개월 아기를 키우면서, 요즘 나는... 괜찮은 걸까?

Hi_Elly 2022. 12. 22. 1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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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months baby, (Oct. 2022.)



귀염둥이 아들은 15개월이 되었다.


보물 1호가 일기장, 취미가 '일기 쓰기'였던 내가 임신 이후 이 모든 것을 잊고 살게 되었다.
끄적끄적 뭔가 기록으로 남기면 스트레스가 풀리곤 했는데 그럴 마음의 여유가 전혀 없었다. 반면 이젠 아기가 건강하게 자라는 것이 나의 가장 큰 행복이 되어버린 시간들로 채워지고 있다.
하지만 그만큼 나를 잃고 산 시간들이 공존했다.




 

 

'나'에 대한 생각이 많아졌다.

 


늦은 나이에 아기를 갖고 낳아서 더 예쁘고 귀하다고 주문을 걸어가며 아기를 돌봤다.
앞으로 삶에 대해 희망을 갖게 하고 나의 전부라 말할 수 있는 사랑스러운 아기지만 그동안 정지된 시간 속에 점차 고립되어 가는 이 기분이 나를 우울하게 만들고 있음을 부정하진 못하겠다.
그저 아기가 건강하게 잘 자라고 있음에 감사해야 하고, 주양육자로써 견뎌야 하는 시간이라고 스스로 다독이고 있을 뿐 큰 해결책은 없었다.
사실 누군가를 붙잡고 투정 부리는 것 또한 사치 같다고 생각했다.
(그럼 왜 캐나다를 갔어? 한국에서 도움받으며 편하게 키우지-라는 말을 듣고 싶지 않아서일 수도..)
하지만 한국이었으면 나 또한 하던 일을 계속하고 있었을 테고, 아기는 일찍 어린이집을 다니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그게 더 행복했을까 생각하면 사실 그건 아니라고 말하고 싶다. 그래서 이런 생각까지 도달하면 그래, 지금 충분히 잘하고 있어, 나중에 이 순간들이 그리워질 거야, 괜찮아 괜찮아라고 또다시 내가 나를 토닥인다.



 

 

 

출산 후 각오했던 1년의 시간이 지나갔다.

 


솔직히 출산 후 1년은 -나를 버리자- 각오했었다.
1년이 지나고 나니 많은 생각에 휩싸인다.
아기가 '돌'이 지나면 육아가 꽤 편해질 거라는 기대감은 지나고 보니... 아직은 멀은 듯하다...-1년만 더 지나면 괜찮을까..?-
분명히 각오를 한 시간들이었지만 점점 내가 도태되어가는 느낌은 지울 수가 없다.


하루가 지나가고 한 주가 지나가고 한 달이 지나가는 시간 속에 나를 위한 시간은 거의 없었다.
매일 습관처럼 핸드폰 스케쥴표에 미리 할 일들을 빼곡히 기록하고 체크해 나가는데 대부분이 아기와 남편에 관한 일정으로 채워져 있다. 아기 목욕, 아기 손톱정리, 아기 빨래, 아기 산책, 남편 출퇴근 시간, 마트 장 볼 리스트 같은...


주 5일 운동을 하던 남편 역시 아기가 생기고 난 후 -공동육아로- 본인이 원하는 운동을 갈 수 없음에 매우 힘들어했다. 그래서 본인이 운동을 하러 나가기 위해 나에게 외출을 종용했다. -_-
당시 나는 너무 어린 아기를 두고 외출을 한다는 게 엄두가 나지 않았고, 다른 사정들도 있었다.


그나마 날 위한 시간으로 마블 시리즈 영화를 보러 갔던 세 번의 힐링 타임이 있었다.
임신-출산 후 처음으로 간 영화관에서의 그 복잡 미묘했던 느낌은 아직도 생생하다.
2시간 30분의 긴 러닝 타임 동안 정말 아-무 생각 없이 무언가에 몰두할 수 있었던 것이 얼마만이었던지...
영화가 끝나고 밖으로 나오자 바로 아기 생각에 부리나케 집으로 향했던 기억마저 이젠 좋은 추억이 되었다.



 

<스파이더-홈커밍>, (Feb,2022)





요즘 나는...

 

 

아기가 14개월이 되었을 때야 나에게 진정한 자유의 시간들이 주어졌다.
일정은 항상 동일하다.
주 3회 정도, 저녁 2시간은 나를 위한 시간을 보내기 위해 드라이브 겸 짧은 운전을 해서 내게 가장 익숙한 카페 팀홀튼으로 향하는 것.

 

 

 

 

소소함에 재미를 만들어 보자, 자문자답




소소한 재미를 붙이려고 시작한 자문자답 다이어리에 간단한 기록을 시작한다.
- 하루 중 가장 행복한 시간은?
- 나를 위한 하루가 주어진다면?
- 최근 인상깊었던 영화 및 드라마는?


이런 질문들을 던지면 그때의 내 기분을 적어 내려간다.
(적어 내려 가는 답변들이 그다지 유쾌하지가 않은 건 왜일까?)


랩탑, 다이어리, 아이스캡-나만을 위한 시간

 




먼저 아이스캡 음료를 주문한다.
모든 셋팅이 끝나면 본격적으로 요즘 유일한 취미 활동인 티스토리를 채워 나간다.

중간중간 음악 감상도 하고, 드문드문 창 밖을 바라보며 멍 때리기도 한다.
오로지 나만을 위해 능동적으로 무언가를 하고 있다는 게 생각보다 내게 큰 활력으로 다가왔다.


어쩌면 너무 흔하고 아무것도 아니었을 일상 같은 것이 이젠 기회를 엿봐야 하고 기다려야 얻을 수 있는 것이 되어버렸다는 게 참 애잔하단 생각도 든다.
그럼에도 아직 인내해야 하는-육아를 위한-시간이 더 남아있다.
또다시 무기력함과 좌절감을 쳇바퀴처럼 돌 수도 있을 테고 그 속에서 오는 행복감과 감사함으로 온 마음을 가득 채우기도 할 테다.


사실 이 글을 일주일이 넘도록 썼다 지웠다를 반복했다.

내 마음이 너무 솔직하면 아기한테 괜스레 미안해지는 이 심리적 상태가 언제쯤 안정적으로 바뀌게 될까.

이제 조금은 내가 나 스스로에 대해 더 아끼고 생각하는 시간들이 많았으면 하는 바람, 그 바람을 조금씩 기록해 나갈 수 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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