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접 인생 경험 :D/엘리 이야기

내가 출산 후 얻은 질병들(+해결책), 예측했던 변화와 예측하지 못한 변화 그 사이.

Hi_Elly 2023. 1. 11. 1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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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후 임신을 알았다, (2020년 내 생일)




출산?
백문이 불여일견

 



출산 전과 후의 변화는 어마어마하다.
출산 후 많은 것들이 예측 밖의 일이었지만 그중 내가 이렇게 아플 수 있구나-는 정말 겪어봐야 아는 것이었다.

좀 극단적으로 표현하자면, 난 아들을 낳은 후 신생아를 들여다보며 네가 딸이 아니어서 앞으로 나와 같은 고통을 책임지지 않아 다행이야 라고 말하곤 했다.
-출산은 필수가 아닌 선택의 사항이지만 여자의 입장에서 출산을 선택하게 되었다면 그 후 찾아오는 몸의 변화에 대한 책임감은 오롯이 여자가 갖게 된다.

출산 후 친정 엄마에게 고통이 이 정도였는지 왜 진작에 자세히 말해주지 않았냐고 폭풍 하소연을 했는데 나의 엄마 또한 내 동생을 난산 of 말도 안 되는 난산으로 낳으셨고(망할 의사 탓-_-) 그 이야기를 내게 해 주셨지만 그때 난 흘러들었던 거다. -내가 나쁜 딸





하지만, 결론적으로 난 산후조리에도 실패해서 이 상황이 된 게 아닌가 싶기도 하다.
내가 잃은 기회는 그저 한국의 조리원 천국, 친정엄마 찬스, 정부 출산도우미 시스템 이런 거지 뭐ㅠㅠ





예측했던 변화도 힘들다,




임신 이후 체중 증가 같은 단순하게 예측할 수 있었던 변화는 감당할 만하다고 생각했다.
나는 임신 기간동안 먹덧으로 무려 18kg을 쪘는데 출산 후 10kg만 빠졌다. 그럼에도 내가 그동안 왜 이렇게 초 긍정적이었던 건지, 6개월 뒤 자연스럽게 더 빠질 줄 알았다.



Never, NONONO


아기를 키우면서 주양육자인 엄마의 식습관은 삼시 세 끼가 아니라 틈이 나면 먹을 수 있는 틈틈이를 공략해야 한다. 그래서 신생아를 돌보면서 누가 챙겨주지 않는 한 제대로 된 음식 섭취는 불가하다.
나는 매일 급하게 먹을 수 있는 컵라면, 쵸콜릿, 커피를 주식으로 삼았다. 좀 불쌍한 느낌이 나는데 또 좋아하는 음식이라는 게 맹점이다.

아이러니하게, 작년 여름 한국에 방문하여 친정에 두 달 머무르면서 삼시 세 끼를 잘 챙겨 먹었더니 오히려 살이 빠졌다.
캐나다에 돌아오니 빠진 살이 다시 그대로 돌아왔는데 이래서 식습관이 중요하다는 것을 새삼 깨달았다.
하지만 알면 뭐하나, 여전히 나는 나를 잘 챙기지 못하는 게 현실.





아기가 돌이 지나면서 서서히 나를 자세히 들여다 보기 시작했다.
출산 전 꾸미기 좋아했던 사진첩 속의 내 모습이 오히려 낯설게 느껴진다.-아기에게 보여주면 아기도 낯선 듯.. 엄마야 엄마 :)






어쩌면 그동안 거울 속에 비춰지는 나를 외면하고 그저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레 조금씩 나아지기를 기대했나 보다.



예측하지 못했던 질병을 골고루 얻다,




골고루 먹어야 할 음식 대신, 출산 후 1년이 넘도록 짊어지고 있는 병들이 골고루 생겼다.


먼저, 생리통.
출산 후 생리통이 없어진다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오히려 난 없던 생리통을 얻었다.
그래서 생리하기 3일 전부터 호르몬의 지배를 받아 기분이 매우 다운되고, 그다음 심한 두통에 시달리게 된다. 대략 일주일이 힘들다. 덕분에 타이레놀을 끼고 산다.

생리통이 심했던 여자분들이 임신 기간 동안 생리를 안 해서 살 것 같다고 한 것을 난 출산 후 얻은 생리통으로 급공감하게 되었다. 그렇다고 다시 임신을 할 수도 없고... -__-


다음, 족냉증.
수족냉증에서 다행히 손은 괜찮은데 발이 시린 증상이 왔다.
출산 직후 캐나다에서 한약을 지어 먹었고, 출산 10개월 후 한국에서 같은 증상으로 한약을 지어 먹었다.
결론은 효과가 없었다.


여름을 제외하고 양말을 신지 않으면 꽁꽁 차디찬 얼음장 같은 발이 되어버린다. 아무래도 산후풍으로 의심되는데 여름에 출산 한 나는 레깅스로 발목까지는 보호했지만 양말은 때때로 벗어던졌기에 이런 결과가 온 것 같다.
그래서 출산을 앞둔 친구에게 양말은 꼭 신어야 한다고 신신당부를 했었다.


참고로 수족냉증에는 미나리, 양파, 쑥, 생강, 대추가 좋다고 한다. 하지만 평소 밥 세 끼도 잘 못 챙겨먹는데 이런 거까지 챙겨 먹는 건 무리이고, 이것도 역시 운동이 답인 듯 하다.
때론 양말을 신어도 발이 시린데 그럴 땐 마음마저 같이 시리다.




가장 심각한 건, 위궤양.
나는 언제부터 위궤양을 앓고 있었을까..?!

작년 여름, 한국을 방문했을 때 남편과 함께 위내시경을 받았다. 외국에 살면 한국 방문 시 의례적으로 꼭 병원을 방문하게 되는데 나는 자궁경부암검사, 유방암검사, 위내시경을 받았다.-지역건강보험료를 지급했다.

평소 남편은 늘 위가 안 좋은 것 같다고 말해 왔고 나는 아무렇지 않았다. 당시 엉망진창인 식습관을 10개월째 유지하고 있는 나인데 어떻게 내가 괜찮을 거라고 생각했지??
검사 후 남편은 역류성 식도염, 나는 위궤양이 나왔다. 남편은 약을 먹지 않아도 되는 정도였고 나는 일단 약을 2개월치 처방받았다.

솔직히 뭔가 억울했다.
위궤양의 원인은 술이 가장 크다. 예전엔 술을 즐겨 마셨는데 임신하고 바로 끊어서 지금까지 여전히 금주하는 삶을 살고 있다. 그러니 현재 나의 병은 100% 스트레스와 식습관에 의한 문제였다.

위궤양 진단을 받고서야 내가 아픈 걸 인지하기 시작했다.
남편은 언제부터인가 내가 입냄새가-_- 난다고 했는데 그게 나의 첫 번째 증세였던 것이다.
소화불량은 임신하고 늘 있던 거여서 그런가 보다 하며 살았다. 속 쓰림을 간간히 느끼고 있었는데 약을 먹으면 그나마 괜찮아졌다.

캐나다에 온 후 처방받은 2개월치 약을 다 먹고 나니 다시 속이 아픈 것 같았다. 엄마는 내가 위내시경한 병원으로 가 약을 추가로 3개월치 타서 캐나다로 보내주셨다. 환자(나)가 외국에 거주하고 있는 상황이기에 약은 비보험이었고 생각 이상으로 많이 비쌌다. 우리나라 국민은 의료보험제도 정말 감사해야 함을 새삼 느꼈다.




줄줄이 이어진 위궤양 약, 더 많이 있지요..




현재 나는 위궤양 약을 아침, 저녁으로 하루 2번 먹고 있다.





내가 얻은 고질병을 해결하는 방법,




생리통은 한국 산부인과에 들려 개선하기 위한 방법을 물어봤는데 생리시작 전에 타이레놀을 먹기 시작하면 두통을 예방할 수 있다고 한다.
말씀하신 대로 하니까 확실히 두통의 횟수, 정도가 좀 나아지는 것 같다.


그런데 약을 가까이하지 않을 방법은 없는 걸까?
-진통제가 위궤양에 좋지 않다고 하는데 그래서 속 쓰림이 더 오래가는 것 같다.


커피는 간혹 아주 연하게 마시고, 사과를 먹지 않고, 초콜릿을 줄이려고 하고 있다.
컵라면 대신 라면은 끓여 먹고 -_- 양배추가 좋다는데 확실히 양배추를 먹고 나면 속이 편안하다.

그리고 좀 더 제대로 된 식사를 위해 밀키트들을 주문해서 먹기 시작했다. 덕분에 고등어김치찜, 갈비탕과 같은 다양한 음식들을 간편히 조리해서 먹을 수 있어 식탁이 풍요로워지고 있다. 진작 그럴걸...





추천템, 공기압 다리마사지 by RENPHO




수족냉증은 출산 후 8개월쯤 혈액순환을 개선하기 위해 다리 마사지 기기를 구입했다.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설립한 Renpho 브랜드를 선택했는데 합리적인 가격에 딱 생각했던 기능이어서 만족해하고 있다.



내돈내산 다리 마사지기,




내가 구매한 Air Compression Leg Massager은 공기압을 이용한 다리 마사지 기기로 다리 분절이 세 부분으로 잘 구분되어 있어 원하는 부분만 마사지를 이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개인적으로 기기가 작동하는 동안 진동 소음이 느껴지지만 작동도 간편하고 작은 파우치도 있어 휴대하여 사용하게도 되어 있다.
보통 30분 정도하고 나면 고관절 통증이 감소하는 느낌이 들고 혈액순환에 도움이 되는 것 같다.


아쉬운 건 호기심 많은 아기 앞에서 이걸 꺼내는 순간 새로운 장난감으로 정복하려고 할 게 뻔하기 때문에 아기가 자고 있을 때만 사용할 수 있는데 그땐 나도 자는 걸 선택하거나 다른 것에 우선순위를 두느라 자주 하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꾸준히 사용한다면 다리 붓기를 완화시키는 데에도 좋을 것 같다.




위궤양 이야기는 좀 길다.

한국 사람들에게 캐나다 의료는 안 좋다는 인식이 강하다. 한국의료에 비한다면 100% 동의하는데, 경험상 캐나다에 패밀리 닥터가 있으면 그나마 조금 낫다.


캐나다에 왔던 초기, 남편은 위가 안 좋다며 클리닉을 여러 번 찾았는데 증상을 말하면 피검사만 하고 양호하다며 남편이 원하던 위내시경을 결국 하지 못했다.
한국은 [내돈내의료]니까 하루 이틀이면 위내시경 검사 정도는 껌인데 캐나다는 의료가 무상이기 때문에 검사를 하기까지 엄격하다.


그런 일이 있었고, 작년 출산을 하고 내 담당 산부인과 의사가 우리 가족의 패밀리 닥터를 해 주겠다 먼저 제안해 주셨다. 그 후 그녀와 계속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데 지난달 약이 떨어질 것을 대비해 클리닉을 찾았다. 현재 위궤양 약을 한국에서 받아서 먹고 있는데 여기에서 다시 위내시경을 하고 싶다고 했다.-한국에서 받은 위내시경 결과 영문처방전을 보여드렸는데 크게 유심히 보진 않았고 현재 증상에 대해 더 자세히 체크했다.


주치의는 친절하게 한국에서 받은 약을 계속 잘 먹고 있다가 그 약이 떨어지면 캐나다 약으로 처방해 주겠다고 했다. 그리고 위내시경은 지금 오더를 내려도 4개월 정도 걸린다며 캐나다의 이 늦은 의료 시스템에 대해 어이없다며 서로 크게 웃었다.



4개월 후의 위내시경이라니, 그 기간을 기다려야 받을 수 있다는 게 한국 정서상 진짜 웃프긴 한데 의사가 바로 그 자리에서 위내시경 레퍼럴(referral)을 써준 건 감사할 일이었다.
-물론 한국에서 위내시경을 받은 처방전이 있어서 더 신빙성 있게 레퍼럴을 해 주신 거겠지만 패밀리 닥터와 나의 신뢰관계를 보았을 때 증상을 얘기하면 바로 해 주실 거라는 믿음이 있었다.



예전에 몇 번이고 위내시경을 튕김 받았던 남편은 이 상황에 매우 놀래했다.
부디 4개월 후 위내시경을 받게 되었을 때 별 일없이 흘러갔으면 좋겠다.




 

 

[캐나다 일상] 캐나다에서 위 내시경 검사를 받은 후기! 과정/결과/한국과 다른 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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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이 빠지고 있는 풍선,


산 후 나의 질병을 가볍게 위의 세 가지로 간추려 보았는데 이 밖에 자잘하게는 더 많다.

나열하면 더 조잡하고 우울해지므로 생략했지만 나는 꼭 바람이 빠지고 있는 풍선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점점 힘이 없고, 예쁘지 않고, 볼품 없어지는 느낌이 들어 다이어리에 최근 나의 건강 상태를 풍선에 빗대어 기록했다.-나 스스로를 이렇게 표현하는 날이 오다니, 우울하네.


물론 모든 여성이 출산 후에 나와 같은 증상을 가지는 것은 절-대 아니다. 그냥 이런 사례도 있다고, 조금은 각오가 필요할 수도 있다는 것만 말해 주고 싶다.

난산이 있으면 순산도 있고-축복받은 분들, 출산 후 무시무시한 생리통이 없어지는 사례도 있으니 출산은 확실히 개인 by 개인이긴 하다. 하지만 분명 나보다 더 많이 혹은 다르게 출산 후 질병을 얻게 된 사람이 많을 것이다.



지극히 개인적인 생각으로 '출산'은 여자로서 할 수 있는 가장 위대한 일이라고 생각은 하지만, 이 여정을 미리 다 알았다면 여성들의 선택지가 좀 더 좁혀지지 않을까 싶다.-딩크족과 같은 트렌드도 이런 영향이라고 생각된다.



너의 존재만으로
나는 괜찮아,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모든 것을 순순히 다 감당하고 이겨나갈 수 있는 것은 그래도 내가 '엄마'가 되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러한 내 몸의 변화와 여정에 있어 사실 아무것도 원망할 순 없다.



<I will Love You Forever> book




세상에서 가장 귀한 보물을 얻었다는 것을 '출산'을 통해 깨닫게 되었다. 그런 의미로 확실히 지금은 출산 전 '여자'의 마음가짐보단 '엄마'의 마음가짐으로 변화되고 있음을 느끼게 된다.

같은 맥락으로 내 건강에 대한 염려가 더 커지게 된 이유도 ‘건강한' 엄마로서 내 아이 곁에 '오랫동안' 함께 하고 싶다는 마음이 생기기 때문.


병 주고 약 주는 느낌인가?!




새해가 왔고, 새해 소망처럼 나를 더 건강하게 하기 위해 어서 운동을 시작하고 식습관 개선에도 더 신경을 써야겠다.
시간이 흐르고 흘러 이 글을 내가 다시 읽게 되었을 때 '그땐 그랬지, 지금은 나 완전 건강해!' 하며 웃을 수 있는 미래를 그려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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