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에서 팬데믹에 대처하는 <헤어 컷>
캐나다에 살면서 불편한 점 중 한 가지를 꼽으라면 헤어 관리를 말하고 싶습니다.
일단 헤어 비용이 비싸고 대도시가 아닌 이상 한인이 운영하는 헤어 샵이 많지 않아 선택의 폭도 매우 좁습니다. 그래서 집집마다 엄마들은 아들과 남편의 헤어스타일 책임지기도 합니다.
COVID-19로 3월 11일 전세계가 팬데믹이 선포되고 캐나다는 3월 중순부터 의무적으로 거의 모든 곳이 문을 닫게 되었습니다. 정부의 방침에 따라 캐나다 전역의 셧 다운(shut down)은 실로 어마어마했습니다.
셧 다운이 시행되기 직전인 3월 헤어 샵을 언제 가면 좋을까 한참 고민하고 있던 참이었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헤어 샵은 의무적으로 문을 닫아야 했고, 다시 문을 열기를 바라면서 긴 머리카락은 자꾸 귀찮게 느껴졌습니다.
6월, 3개월이 지난 후 결국 과감하게 집에서 머리카락을 자를 결심을 합니다. 남편은 분명 후회할 것이라고 말렸지만, 저는 캐나다에 사시는 어느 유튜버를 보고 그 분을 따라 양갈래 머리를 묶고 무심히 싹뚝 잘랐습니다.
머리카락을 자르고 난 후, 정말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홀가분한 느낌을 가졌습니다. 끙끙 앓던 이를 빼낸 것 같은 기분이 이런 걸까요. 예상보다 머리카락의 길이는 더 짧아졌지만 집에서 혼자 자른 것 치곤 잘 자른 것 같아 나름 만족스러웠습니다.
그렇게 가벼워진 머리카락을 휘날리며 집에서 은둔 생활을 한 지 2주가 지나니 헤어 샵이 문을 열어도 된다는 소식이 전해 왔습니다. 남들이 자세히 보면 다 알 것 같아 예쁘게 손질해야 했으므로 헤어 샵에 예약을 했는데 이미 일주일 후까지 예약이 꽉 차 있어 조금 더 기다리기로 합니다.
헤어 샵에서 전체적으로 머리카락을 정돈하면서 조금 더 짧아지긴 했지만 진정한 단발머리가 되었습니다.
결혼 전엔 괜히 긴 머리를 유지해야만 할 것 같은 생각을 갖고 있었는데 단발머리로 생활하다 보니 이렇게 편할 수가 없습니다. 특히, 머리를 감고 말리는 것에 스트레스를 받지 않아서 너무 좋았습니다.
일반 성인 남성의 헤어 컷은 $25, 성인 여성의 헤어 컷은 $30이었습니다.
캐나다의 전역이 셧다운 되면서 필수적인 식료품점을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상점은 문을 닫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레스토랑에서는 음식 픽업이 가능하고, 주류 판매점(LCBO)은 문을 열었고, 까페와 햄버거도 드라이브 스루로 테이크아웃이 가능하였습니다.
그런데 뜻밖에 헤어샵은 문을 닫으니 대처할 다른 방도가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덕분에 집에서 헤어컷을 경험한 만족스러웠던(?) 에피소드가 생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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