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에 심심치 않게 나오는 '산후우울증' 이야기!
극단적으로 끔찍한 일도 빈번한데
그럴 때마다 사람들은 산후우울증에 걸린 '산모'에게만
맹목적인 비난이 난무했다.
그런데 출산을 해 보니 알겠더라.
산후우울증, 그 호르몬의 장난이 얼마나 무서운지.
이전엔 나도 이런 감정을 공감할 수 없었기에
출산을 안 해본 사람은 왈가왈부할 자격이 없다는 게
나의 생각.
진심 울기 싫은데
그냥 눈물이 흐르는 시간들.
점점 나이가 들면서 없어지거나
혹은 숨기고 싶은 것 중 하나가 눈물 같다.
감수성 풍부한 10대
열정 넘치던 20대를 지나
30대 현실에서 치열하게 살아가다 보니
눈물이란 것에 점점 무뎌졌다고 생각했다
그랬던 눈물이 임신 후 쓸데없이 많아졌는데
태교 음악을 듣다가
그냥 멍 때리다가
드라마는 압도적으로
순간적으로 눈물이 흘러나올 때가 있었다.
그런데 이건 약과,
출산 후가 되니 상태가 더 이상하다.
난산으로 출산을 하여
난 출산에 대한 트라우마가 심하게 왔다.
자꾸 출산하던 그때가 떠올라 마음이 아파 울었고
그런 마음이 생기는 것에 아기한테 미안해 슬퍼 울었고
진짜 몸이 여기저기 망가져 아파 울었다.
더욱이 아기가 태어난 특정 시간 때(새벽녘)가 되면
어김없이 매일 눈물이 나왔다.
울고 싶지 않은데 내 의지와 상관없이
출산 후 호르몬에 단단히 지배당하고 있었다.
'산욕기'만 버티면
고통의 끝이 보인다.
눈물 바람의 끝이 보인 건
출산 후 6주, 바로 *산욕기가 지나갈 때쯤이다.
*(산욕기 : 출산 후 산모의 몸이 정상으로 되돌아올 수 있도록
회복되는 기간으로 회음부 등 분만 때의 상처가 아무는 시간)
그 6주간 나는
얼굴은 물론 손과 발이 퉁퉁 부어 있었는데
특히 부어 있는 발 때문에 한 발씩 내딛는 것이 버거웠고
절개된 회음부 통증이 심해
식탁에 앉아 식사하는 것조차 힘들었다.
누가 자연분만은 선불이라고 하더만
나에겐 자연분만이 선불, 후불, 이자까지!
개인적인 상황은 코로나로 친정엄마가 올 수 없었고
걱정스러운 딸에게 조리원 비용까지
넉넉히 챙겨주신 부모님이지만
토론토 같은 대도시에 살고 있지 않기에
이런 이용이 어려웠다.
결국 오롯이 나와 남편 둘이서 아기를 돌봐야 했고
하루 종일 신생아를 안아주고 수유하고
매일 밤을 새우다시피 하니 회복은 더디기만 했다.
예를 들면 좌욕기를 구입했지만 한 번 밖에 사용을 못했다.
조금이라도 시간적 여유가 있으면 차라리 눈 좀 붙이고
밥을 한 끼 더 챙겨 먹는 게 나은 상황이었다.
남편은 3주간 집에서 함께 교대로 아기를 보았는데
매 끼마다 미역국이 있는 정성 어린 식사를 챙겨주었고
설거지, 아기 젖병을 도맡아 해 줬다.
출산 이후 4주 때부터 남편이 일을 하면서
나는 홀로 신생아와 고군분투 전쟁을 치러야 했다.
사실 아기를 돌보는 것보다 내 몸이 회복이 되지 않아
그 통증을 이겨야 했고 그 안에서 오는 좌절감에 힘들었다.
아기 빨래를 널고 개는 그 짧은 시간 동안에도
밑은 빠질 듯이 아프고(생리통의 10배?!)
손목과 무릎, 발목은 시큰시큰해졌다.
그런 시간을 딱 6주를 보내고 나니
(한약을 지어먹었고, 손목과 발에 테이핑을 했다)
손과 발의 부기가 거짓말처럼 다 빠졌고
회음부 절개된 부분도 아무는 것 같았다.
[캐나다 자연분만] 1박 2일 입원에서 퇴원까지! (feat. 출산 비용, 식단)
캐나다에서는 출산 6주 이후 산모의 건강검진이 있다.
회음부 절개한 것이 잘 아물었는지 확인하고
자궁경부암을 체크하였다.
그동안 헤모글로빈 수치가 낮아
철분제를 처방받아먹고 있었는데
계속 약을 먹어야 할지를 정하는 피검사가 있었다.
결론적으로 모두 정상이라는 의사의 말을 듣자
그때서야 드디어 다 회복이 되었구나 안심이 되었다.
'산후우울증'을 유발하는 요인?!
인정하고 싶진 않지만
분명 내게 출산 후 초기 산후우울증의 조짐이 있었고
지금도 순간순간 느껴지는 우울감이 있다.
산후우울증의 버튼이 눌러지는 순간은 언제일까?
1. 호르몬의 변화
임신부터 출산까지 호르몬의 변화를
스스로 극복하기엔 결코 쉽지 않다.
특히 출산으로 인한 통증과 도움 없는 신생아 육아는
정신적으로 피폐해지기 딱 좋은 상황이다.
내게 리프레쉬를 주게 되었던 건,
마트에 장을 보러 가기 위해 운전대를 잡은 건데
출산 후 36일 째되는 날이었다.
그때 느꼈던 그 기분은 지금도 생생하다.
평소 목적 없는 외출을 좋아하지 않던 나였기에
그 이후에도 일부로 드라이브를 하러 나가진 않았지만
가끔 장을 보거나 아기 용품을 사러
혼자!!! 운전을 할 때
기분이 산뜻해지는
다시 나다워지는 느낌을 얻게 됐다.
2. 주변 환경
출산 후 축하인사를 받는데
감사하지만 솔직히 모두가 반갑지 않았다.
당시 내 몸은 너무 아파 몸조리는커녕
신생아를 돌보느라 핸드폰을 들여다볼 여유가 없었다.
당장 아기를 보고 싶어 하는(영상통화) 마음 충분히 알지만
난 정말 그럴 여력이 되지 못했다.
양가 부모님에게도 죄송하지만
좀 시간이 지나서 영상통화를 했으면 좋겠다고 말씀드렸고
카톡 프로필엔 현재 연락을 자제하고 싶다는 내용의
카톡 알림 말을 설정했다.
냉정해 보일지 몰라도
그 당시 카톡은 내게 참 부담스럽고 마음을 불편하게 했다.
결과적으로 그렇게 한 것이 한결 나았다.
남편은 여기저기 축하인사를 받고
부지런히 답장을 해 가는 그 여유러움이란..
나도 몸이 붓거나 아프지 않았으면 그랬겠지-
3. 남편의 존재(역할)
캐나다와 비교하여 한국 출산의 강점은
'선택' 제왕절개가 있다는 것
천국 같다는 조리원
조리원 퇴소 후 정부 지원 이모님이 가정 방문하여
신생아 육아를 도와주고 산모는 몸조리를 할 수 있다는 것.
그리고 친정부모님에게 도움받을 수 있음.
캐나다에서는 이 모든 게 꿈이기에
출산 후 '남편'의 역할이 정말(가장) 중요하다.
그래서 주변에서 많이 우려했던 점이기도 했다.
남편은 직장을 가지 않았던 3주간 정말 최선을 다했다.
결혼하고 가장 감동받았던 시기인 것 같다.
난 몸이 아파 마음까지 약해져 있었고
유일하게 현재 나를 챙겨주는 사람이기에
믿고 의지할 수 있음에 감사했다.
꼭 캐나다가 아니어도 한 집에 거주하며
함께 책임을 져야 하는 신생아 육아에 대해선
부부의 막대한 희생과 온전한 사랑이 요구된다.
여기에서 남편의 존재가
산모에게 얼마나 의지가 되는지
신뢰를 얻을 수 있는지에 따라
출산 후 요동치는 호르몬의 늪에서 빠져나올 수 있다는 걸
깨달았다.
솔직히 말해 출산 후 3개월을 보내면서
나 역시 남편에 대한 고마움과 실망감을 크게 오고 가며
오늘도 오만가지 회오리치는 감정 속에
스스로를 다독인다.
그래도 확실한 건
이따금씩 마음이 아프거나 짜증이 나더라도
시간은 흐르고 아기는 쑥쑥 자란다.
그 안에서 조금이라도 행복과 보람을 느끼고 있다면
이 또한 나를 성장시키고 성숙하게 만드는
미래를 위한 한 과정이라고 생각하며
나를 아끼고 위로해준다.
나의 산후우울증 극복법🤗
아직 다양한 감정들이 진행중이지만
개인적으로 도움되는 방법들을 공유해 볼께요.
1. 나 홀로 드라이브
- 오로지 나만의 시간을 갖기 위한 것으로
은근히 콧노래가 새어 나옴.
2. 동요보다 내가 부르고 싶은 노래 부르기
- 아기한테 동요만이 최선은 아니다.
소리 내어 좋아하는 노래(발라드 등)를 불러준다면
엄마의 즐거움이 아기에게 전달되고
스트레스가 해소된다.
3. 아기 사진과 동영상 반복해서 보기
- 태어날 때부터 지금까지 성장과정을 찬찬히 보면 흐뭇흐뭇,
특별히 좋아하는 동영상을 반복적으로 보고 있으면
어느새 표정 없는 내 얼굴에
예쁜 미소가 오랫동안 번지고 있음을 느낄 수 있다.
4. 계획 세우기(짧게는 3개월 , 길게는 1년 후)
- 개인적으로 부모님에게 아기를 보여주기 위해
한국행을 계획하고 있는데 생각만으로 매우 들뜨게 된다.
그리고 1년 후 돌이 되면 아기와 함께
혹은
나 혼자 할 수 있는 것들이 많아질 것에 기대감이 생긴다.
5. 나 자신에 대한 믿음 회복
- 출산 후 변해버린 몸매, 피부 등 속상한 부분들이 있지만
지금의 모습이 평생의 내 모습이 아니란 것을 나는 안다.
아기가 조금 더 성장하고 여로모로 여유가 생기면
나를 다시 자신감 넘치고 예쁜 모습으로 가꾸고
발전해 나갈 수 있다는 믿음을 가진다.
캐나다에서 자연분만, 출산이야기!(feat. 예정일 지난 유도분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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