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접 인생 경험 :D/엘리 이야기

엘리의 외출, 친목도모 (feat. 베트남 쌀국수)

Hi_Elly 2020. 11. 7. 1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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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간 가을 단풍잎

 

 

오늘 오후, 아주 오랜만에 지인들과의 만남이 있었다.

손가락을 하나씩 접어보니 무려 4개월 만이다.

 

작년부터 알고 지냈던 사람들끼리 올해 1월 영어 스터디 모임을 만들었다. 스터디 모임이라고 하니 꽤 거창한데 일상에서 영어 사용을 늘리기 위한 동기부여가 되길 바라는 마음에서 출발되었다. 

 

정착된 구성은 모두 기혼 여성으로 한국인 네 명과 중국인 한 명이었다. 그중 막내는 나였다.

우리 스터디의 강점은 중국인 친구 덕분에 한국인 네 명은 강제로 영어로 대화를 이어가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중국인 친구는 우리 중 가장 영어를 잘했고, 한국에 대한 관심이 매우 높아 한국인들끼리 무의식 중에 나온 한국말을 곧잘 따라 말하는 똑똑한 친구였다.

 

 

 

엘리의 스터디 아이디어

 

 

우린 1주일에 한 번씩 만남을 가졌는데 난 그룹 내 막내의 사명감으로 스터디를 재미있게 하기 위한 아이디어를 내곤 했다. 그 중 하나가 당시 뉴스에 자주 등장하는 단어들을 뽑아 카드를 만들어 3분 스피치처럼 시간 안에 해당되는 모든 단어가 들어가는 이야기를 만들어 내는 것이었다. 자녀가 있다면 게임처럼 재미있게 학습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1월 말, 중국인 친구의 집에 초대받아 그녀의 푸짐하고 맛있는 요리를 맛볼 수 있었다. 그때 당시 막 이슈가 되고 있던 "중국에 우한이라는 곳에 바이러스가 시작됐다는데 우한이 어디에 있지?" 하며 우린 가볍게 대화를 나누었던 기억이 있다. 이후 지금까지 전 세계가 역사적으로 길이 남을 바이러스 공포에 휩싸이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  

 

몇 주가 지나고 캐나다에도 상황이 심각해지자 중국의 기사들을 우리에게 일일이 보내주었던 그녀는 외출을 꺼려했고 우리의 영어 스터디 모임은 한국인 네 명만 이어가게 되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3월 중순이 되자 팬데믹이 전 세계적으로 공표가 되고 캐나다는 셧다운을 선택해(주요 식품점을 제외하곤 모든 상점이 문을 닫고 가족 이외의 만남은 있을 수 없음) 이 모임은 장기적으로 중단하게 된다. 

 

그렇게 몇 달이 흐르고 6월 말, 스터디 그룹 멤버 중 한 언니의 가족이 한국으로 돌아갈 시점이 되었다. 다행히 5인 이상의 만남이 허용되던 때라 우린 오랜만에 그 언니의 집에 모여 아쉬운 작별 인사를 하여만 했다.

 

그날로부터 또 4개월이 흐른 오늘, 남은 3명이 만남을 가진 것이다. 아쉽게도 중국인 친구는 여러 번의 만남을 제안했지만 그녀의 개인 사정으로 사람 간의 접촉에 염려가 심했고 대략 6월 이후 연락이 끊겼다. 

 

 

 

오늘의 베트남 쌀국수 집(출처 : 구글)

 

 

우리가 항상 스터디를 위해 모였던 장소는 캐나다의 국민 카페 팀홀튼이였다. 오늘은 그 근처에 있는 베트남 쌀국수 집에서 간단히 점심식사를 했다. 사실 우리 지역에는 모두가 좋아하는 유명한 베트남 쌀국수 집이 따로 있지만 거리상 여기도 뜨끈하고 진한 국물이 생각날 때 무난하게 먹기에 괜찮은 쌀국수 집이었다.  

 

코로나 이전엔 사람이 꽉 차 있던 곳이었는데 오늘 점심엔 우리를 포함해 띄엄띄엄 네 개의 테이블에만 사람이 있었다. 몇 개월 동안 캐나다에서는 드라이브스루와 픽업만 가능했기에 실내에서 먹을 수 있다는 건 감사해야 할 많은 변화 중 하나였다.

 

테이블 당 한 사람이 대표가 되어 이름, 전화번호, 메일 주소, 사인, 날짜를 기입해야 했고 내 신상을 기록하고 왔다. 영어 이름으로 쓸 껄하는 짧은 후회가 남는다.

 

 

 

이 집의 쌀국수는 대략 이러합니다(출처 : 구글 )

 

 

정신없이 수다 삼매경에 나온 음식들을 먹느라 사진을 미처 찍지를 못했다(사실 남편 외 식사 자리에 사진을 찍는 게 어렵다).

오랜만에 만난 우리는 비슷한 이야기들이 오고 갔다. 코로나로 인한 갑갑함과 미래에 대한 걱정, 자녀가 있는 언니들의 아이들 상황, 우리들의 정체성.. 그리고 영어에 대한 끈을 놓게 된 이야기가 중점이 되었다.

 

우린 팀홀튼에서 각자 취향에 맞는 음료를 하나씩 사들고 근처 벤치를 찾아 이야기를 이어갔다. 

올해는 겨우 마트만 오고 가는 생활들이 지속되니 캐나다에 살아도 외부 환경으로부터 영어에 노출되는 것이 거의 없고 귀가 점점 막힌다는 공통된 이야기에 우리는 큰 소리로 웃었다.

 

오랜만에 외출에 활력을 잠시 되찾을 수 있었다. 우리의 만남에서 영어 스터디의 목적은 이미 사라진 지 오래지만 나보다 인생 경험이 많은 언니들과의 대화에서 늘 지혜를 배워간다.

집으로 운전해 오면서 음악의 볼륨을 높이고 노래를 따라 불렀다. 부디 올해 잠시 멈추었던 시간만큼 내년엔 경쾌하게 더 달릴 수 있는 한 해가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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