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때 좋아하는 연예인을 물으면 '이승기'라고 대답했던 때가 있었다.
내 남동생은 나에게 <연예인 이상형 토너먼트> 하는 걸 즐겼는데,
"누나, 이민호가 좋아? 이승기가 좋아?"
이런 식의 질문을 종종 나에게 했다.
"이승기"
"그럼 이승기가 좋아? 박보검이 좋아?"
"박보검"
박보검이 혜성처럼 등장하기 전까지 항상 이승기라고 대답했던 것 같다.
이승기의 외모와 연기, 노래보다 그의 반듯하고 성실한 모범생 같은 이미지가 좋았다. 박보검에게는 순수하고 맑은 느낌이 마음에 들었다.
그런데 나는 한 연예인을 오랫동안 좋아하는 타입이 못된다. 사생팬, 덕후와 같은 삶을 사시는 분들이 정말 놀랍다.
연예인을 잠시라도 좋아하는 계기는 드라마 속에 등장하는 캐릭터에 흠뻑 빠지게 되거나, 너무 멋진 노래를 감칠 나게 부르는 모습에 반하는 정도이다.
남동생이 나에게 연예인 이상형 토너먼트하는 것을 좋아했다면, 남편은 유튜브에 라이브 노래를 들려주고 누가 부르는 건지 무슨 노래인지 맞춰보라는 걸 즐긴다.
며칠 전, 어김없이 남편이 유튜브 노래를 하나 들려주더니 누가 부르는 건지 퀴즈를 냈다.
처음 듣는 노래였다. 신곡이라고 했다.
노래가 너무 좋은데 전혀 감이 잡히질 않았다.
윤종신의 작사, 작곡/ 이승기의 신곡 <뻔한 남자>
이승기라고?
그의 창법이 바뀌었다. 고음에 승부수를 내는 건 여전했지만 허스키했던 목소리 대신 음정에 깊이가 느껴졌다. 한 번 듣고 멈출 수 없을 만큼 노래가 너무 좋았다.
이번에도 윤종신의 마법이 시작된 것이다. 얼른 가사를 찾아보았다.
1. 그 날 이후 두 사람 어느 정도 예감했지
멀지 않은 우리 이별의 날을
달라지는 노력보다 그대로 흘러가길 바라는
꽤 된 낡은 사랑
누구 탓을 안 한 채
다른 얘길 꺼내 보던 배려는
아무 힘도 남아 있지 않기에
함께 걷던 발걸음이
어긋나기 시작했었던 그 날
이별 느낌 문득
(*후렴) 마음이 같아서 다행일까
누구 하난 거짓 마음이었을까
붙잡지 앟는 서론 섭섭하지 않아
그대로 흘러가면 이별인데
다시 못 볼 사람인데
우리 계절 끝나가는데
난 정말 자신 있었을까
추억들이 날 내버려 둘 줄 안 걸까
미처 깨닫지 못한 너라는 커다람에
난 지새운 밤을 배운다
2. 다 그렇게들 떠나니 너무 걱정 말라했던 친구
누구나 겪는 것처럼 말했었던
아니 우린 다를 거야
그때로 가서 되돌리고픈
못난 밤이 깊어
(*후렴)
돌이킬 수 없다는 걸 잘 알아
반짝 지나가는 후유증이길 바래
나라고 뭐 다를까
다들 그러하듯이 뒤늦게 후회하고 그리워하고
아마도 이러다가 말 거야
세상 수많은 이별 중에 하나일 뿐
사랑을 놓쳐버린 흔하디 흔한 이별
겪었던 뻔한 남자
나는 "반짝 지나가는 후유증이길 바래. 나라고 뭐 다를까. 다들 그러하듯이 뒤늦게 후회하고 그리워하고 아마도 이러다가 말 거야" 가사가 가장 와 닿았다.
이렇게 마음을 울리는 노래가 생기면 1시간 반복 재생으로 계속 듣는 편인데 작년 악동뮤지션의 <어떻게 이별까지 사랑하겠어, 널 사랑하는 거지> 노래 이후 오랜만이다.
이런 노래를 발견하고 흥이 넘칠 때마다 한국의 노래방이 너무 그립다.
결혼 후엔 사랑, 이별과 같은 감정을 점점 잊고 있지만 이런 노래를 들을 때마다 내 안의 숨겨진 감성들이 꿈틀댄다. 가끔씩 자동차가 고속도로 위를 달려야 하듯 내 안의 감성을 최대한 끌어올려 노래방에서 운율을 타 줘야 하는 건데 아쉬움이 가득하다.
그래도 흥얼흥얼 거리며 주구장창 듣고 싶은 노래가 생겨서 기쁘다.
그런 의미로 좋아하는 노래 함께 나눠보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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