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중 가장 설레는 달은 언제?
나는 스무 살부터 1년 중 가장 설레는 달은 5월과 12월이었다.
상반기 하나, 하반기 하나 이렇게 좋아하는 달을 정해놓았는데 5월은 연애를 시작하기 참 좋은 달이여서, 12월은 크리스마스가 있기 때문.
시간이 흘러 가장 좋아하는 5월에 결혼을 했지만 결혼 이후 5월과 12월은 이전보단 막 설레지 않은 달이 되고 말았...ㅋ
그래도 여전히 크리스마스가 있는 12월은 괜스레 들뜨기 마련이다.
다만 한국에 살 때와 캐나다에서 살 때의 12월을 대하는 자세가 조금 달라졌는데 한국에선 오로지 크리스마스이브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면 지금은 12월을 좀 더 의미 있게 보내는 것 같다.
그렇다면, 나는 올 한 해 연말을 어떻게 보냈을까?
◈ 특별한 크리스마스 트리 오너먼트
대체로 심심하다고 표현되는 캐나다지만 '크리스마스'에는 진심인 나라다.
12월이 되면 너나 할 것없이 집집마다 크리스마스를 알리는 장식품들을 전시해 놓는데 크리스마스 트리에 걸어 놓는 오너먼트에도 정성이 엿보인다.
임신하기 전이었던가, 우연히 캐나다에 거주하고 있는 어떤 분의 블로그를 봤는데 해마다 크리스마스트리 오너먼트로 가족 펜던트를 모으는 이야기를 읽었다. 괜히 마음이 뭉클했고 포근해졌다.
그 글을 읽고 '나도 아이가 생긴다면 저렇게 하고 싶다!'라는 작은 소망이 생겼다.
그 소망을 올해 이루었다.
펜던트 오너먼트의 가격은 $29.37.
생각보다 가격이 비싸구나 생각하고 있을 때 펜던트에 원하는 메시지를 적어준다고 했다.
아- 바로 합당한 가격이구나 하고 생각을 고쳐 먹었다.
메시지까지 완성된 펜던트를 받고 돌아서 나왔는데 문득 팁을 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다시 점원에게 돌아갔다.
크리스마스 잘 보내라고 인사해 줬는데 한사코 사양하며 받지 않으려는 그녀가 받으면서 환하게 웃어주던 미소는 이 펜던트와 함께 좋은 추억이 될 것 같다.
이번 연말 가장 잘한 일!
심혈을 기울여 고른 가족 펜던트 오너먼트는 내 마음에 쏘옥 들었다.
4년째 함께하는 아담한 트리에 이 크리스마스 오너먼트 하나로 분위기가 확- 바뀌었다.
럭키(아기 태명)도 트리 곁에서 앙증맞은 손가락으로 펜던트를 가리키며 -아빠, 엄마, 자기의 모습을 형상화했다고 생각- 좋아하는 모습을 보니 이번 연말 가장 잘한 게 아닌가 싶다.
크리스마스 트리에 좀 더 의미 있는 오너먼트로 느낌을 살리고 싶다면 메세지를 넣을 수 있는 펜던트 오너먼트 강력 추천한다.
◈ 12월 25일, 나 홀로 영화.
한국에서 크리스마스 연말 때면 언제나 영화관을 방문했다. -남편이 남자친구였을 때 헝거게임, 라라랜드, 위대한 쇼맨을 보러 갔었더랬지.
그 관습(?) 그대로 캐나다에서도 크리스마스 때 남편과 영화를 봤었는데 심도 깊은 영화는 해석에 한계가 있어-_- 영화 선택지가 좁았다. 그래서 캐나다의 영화관이 올 리클라이너임에도 불구하고 한국 자막 지원되는 한국의 영화관이 늘 그립다.
코로나로 팬데믹이 선포되고 영화관이 문을 닫아 한동안 가지 못하고, 출산 후에 나 홀로 유일한 힐링타임으로 영화관을 방문하기 시작했다. 한국에 살 땐 단 한 번도 영화관을 홀로 간 적이 없었는데 이걸 힐링 타임으로 즐기게 됐다니 아이러니하다.
올해 크리스마스 당일에는 아바타 3D를 보겠다는 일념으로 또다시 나는 홀로 영화관을 갔다.
[아바타 1]이 10년 전에 개봉되었다고 하니 세월이 참 무상하다. 스토리를 다 잊었는데 친절한 유튜버들의 리뷰로 금세 상기가 되었다.
두근두근... -12월 14일에 개봉-영화를 본 사람들이 하나같이 다들 극찬을 해서 엄-청 기대하고 갔다.
어떤 이는 3시간이 30분처럼 여겨졌다고.
오호, 그 정도얌?!
'환상적인 다큐'를 본 듯한 느낌.
나의 감상을 다섯 글자로 한다면, '환상적 다큐!'
스토리는 아바타 1이 더 창의적이었고, 아바타 2에서 말하고 싶은 메시지 중 가족의 사랑과 화합과 같은 스토리 연출은 진부했다. -엄마 고래와 아기 고래 얘기는 굳이... 그래도 눈물이 찔끔 났다.
영화를 2시간 정도 봤을 때 핸드폰 시간을 체크했는데 지금까지의 이야기를 2시간이나 끌었어야 했나 하는 의문점과 예쁜 바닷속 풍경을 3D로 무한 보고 가는구나 싶었다.
영화관 좌석이 리클라이너 아니었으면 어떻게 버텼을까 싶은데 생각보다 3시간 20분은 30분처럼 결코 짧지 않았다.
그러나 명성에 맞게 대단한 영화는 틀림없다. 그래서 만약 꼭 이 영화를 본다면 영화관에서, 3D로 볼 것을 추천한다.
역사에 길이 남을 기념비적인 영화이긴 하다.-아바타 1이 역대 세계 최대 관객수 영화라지요.
◈ 12월 26일, 박싱데이
매 년 크리스마스 다음 날인 12월 26일은 박싱데이(Boxing Day)이다.
캐나다에서는 11월의 블랙 프라이데이만큼 1년 중 가장 큰 세일을 하는 날인데 이 날은 무려 국가 법정 휴일이라 더 큰 의미를 담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박싱데이(Boxing Day)란?
박싱데이는 가난한 사람들에게 선물과 기부를 하는 날로 선물상자를 의미하는 'Box'에서 유래되었다고 한다.
오늘날 박싱데이는 크리스마스 재고를 털어내기 위해 상점들이 물건 가격을 대폭 할인하여 쇼핑하도록 유도하는 날로 바뀌었다.
실제로 캐나다는 박싱데이를 포함한 한 주 동안 11월의 블랙 프라이데이만큼 엄청 난 가격 할인이 이루어지는데 온라인 오프라인 할 것 없이 쇼핑의 주간으로 인식하고 있다.
그래서 이 주간에는 블랙프라이데이 때 미처 하지 못했던 쇼핑이나 12월 크리스마스 연말을 위한 선물을 구입하는 것이 좋다.
♬ 지인 선물 준비
나 또한 박싱데이를 이용하여 올 한 해를 돌이켜 보았을 때 감사한 사람들에게 작은 선물을 준비했다.
더 바디샵(the body shop)은 영국의 자연주의 뷰티브랜드이다.
나는 항상 여기에서 진저샴푸를 구입하는데 크리스마스가 다가오면 선물하기 좋은 아이템들이 구성되어 판매된다.
대량으로 사기에도 가격 부담이 크지 않아 매 년 연말이면 꼭 더 바디샵에 들려 선물을 고르게 된다. -올해는 날 위한 선물로 똑같은 것을 한 개 겟했다.-
데이비스티(Davids Tea)는 캐나다의 대표 브랜드 중 하나로 유기농 tea를 판매한다.
한국에 갈 때 선물로 사기에 좋은 아이템으로 손꼽히는 상품인데 나 또한 이번 여름에 한국을 방문하면서 여기에서 잔뜩 tea를 사 갔다.
박싱데이에 데이비스티를 구입한다는 것은 tea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세일된 가격으로 다양한 tea를 시도해 볼 수 있는 좋은 기회이고, tea를 좋아하지 않는 사람이라면 유명세가 있어 한 번쯤 궁금증을 자아내게 만드는 상품이기 때문에 선물로 주고받기 좋은 아이템이다.
나는 이번 연말, 더 바디샵 파우치와 데이비스티 한 개를 한 쌍으로 하여 지인들에게 선물로 나눠주었다. 매 년 크리스마스 연말 선물을 준비하면서 작지만 주는 기쁨이 무엇인지 조금씩 배워나가고 있는 것 같다.
♬ 아기를 위한 선물
귀여운 나의 럭키를 위해 크리스마스 선물을 준비하기로 했다.
밝은 색상의 운동화를 구매해야겠다고 생각하며 아기 신발을 찾으러 여러 매장을 다녔는데 마음에 드는 신발은 모두 사이즈가 전무했다. 역시 박싱데이였다.
인기 있는 신발, 의류는 사이즈가 일찍 매진될 수 있다는 것을 유념하자!
그래도 찾아냈다. 마음에 드는 신발, 아디다스 Grand court 2 !!!
재미있는 건, 몇 년 전 한국에서 조카(사촌 오빠의)를 위해 선물로 샀던 아기 운동화가 이거였는데 나는 나의 아기를 위해 또다시 똑같은 운동화를 구매하게 되었다.
저 아디다스 아기 운동화는 언제나 내 눈에 너무 예뻐 보이나 보다.
스포츠 첵(SportChek)에서 주문한 16개월 남자아기를 위한 신발 사이즈는 US 5 이다.
런던에는 이 사이즈가 모두 매진이어서 매장에서 직접 픽업을 할 수 없었고 다른 지역에서 배송받기로 했다.
가격은 $45.82로 사실 엄청 좋은 가격에 득템 했지만 배송비가 $10 정도 포함되었다는 웃픈 얘기.
실제 신겨보니 더 예쁘다.
럭키도 엄청 마음에 들었던지 아파서 한동안 외출을 하지 못했는데 집에서 이 운동화를 신고 다녔다.
현재 일주일에 두 번 정도 아기를 위한 도서관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는데 당분간 실내에서 신기에 너무 좋은 운동화인 것 같아 대만족이다.
이렇게 12월 연말을 알차게 보내면서 사실 12월 마지막 주는 많이 아팠다.
먼저 아기가 열이 40도까지 올라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고, 엄마인 내가 덩달아 열이 나고 아파 우리 모자는 일주일간 끙끙 앓았다.
다행히 코로나는 아니었고 단순 감기였는데 이로 인해 미리 예정되어 있던 약속들이 취소가 되기도 했다.
덕분에 아름다운 연휴 동안 강제 방콕을 하게 되었는데 아기는 아픈 후 한 뼘 더 성장한 듯 싶다.
이렇게 우리 가족은 12월 연말을 아프고, 바쁘고, 의미 있게 마무리했다.
새해에는 건강하고 더 의미 있는 시간들로 채워지길 바라며, Happy New Yea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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