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케어(어린이집)를 보내야겠다 결심,
내 기준 신생아를 제외하고 럭키(태명)가 20개월 때 참 힘들었다.
원래는 36개월이 되면 Preschool에 보낼 계획이었는데 그보다 6개월 앞당겨 30개월에 보내기로 결심을 바꿨다. 그래서 럭키가 20개월이었던 올해 5월, 여러 기관들에 바로 대기를 걸어 놓았다.
- 캐나다는 네 돌(48개월)이 되면 공교육(유치원=무상교육)이 시작된다.
사실 엄마가 전업주부이고, 아이가 형제가 없다면 대기 기간이 보통 1년이라는 카더라가 있어서 딱 30개월이 되었을때 럭키가 기관에 다니게 될 거라는 것도 확실치는 않다.
- 지금도 그 때 보내는 것이 맞는지 갈팡질팡하고 있다.
20개월 럭키의 질풍노도의 시기가 지나가고 두 돌이 될 즈음에 평온한 시기로 돌아왔다.
그리고 럭키가 25개월이 지나자 다시 태풍이 불기 시작했다.
자기 주관이 뚜렷해지는 정상적인 발달 과정이라는 것을 인지하고 있음에도 늘 "싫어"라는 말과 함께 고집이 점점 세지기 시작한 럭키를 하루종일 상대하기엔 쉽지 않은 시간들이다.
눈물 버튼이 눌러졌다,
두 달 전쯤 러시아 친구 케이트가 나는 항상 럭키에게 큰소리 한 번 안 내고 다정하게 말한다고 신기하듯 말했다. 옆에서 듣고 있던 멕시코 친구 M도 맞장구를 쳐 주며 나를 치켜 주었다.
내가 그동안 그런 모습으로 비춰졌구나 싶어 퇴근한 남편에게 당신이 보기에도 내가 럭키에게 화를 내지 않는 거 같냐고 물어봤다.
남편은 본인에게만 화를 내고;;; 럭키에겐 화를 내지 않는다고 답하길래 마음속으로 깊이 안도했다.
그런데 요즘들어 그게 잘 안되고 있음을 스스로 깨닫는다.
그 배경에는 최근 내 건강이 좋지 못하다는 것과 남편의 근무시간이 늘어나 홀로 아이를 한 주에 최대 60시간을 육아하고 있다는 게 가장 큰 문제란 걸 안다. 하지만 현재로서는 각자 위치에서 최선을 다할 수밖에 없다.
스트레스가 자꾸 누적되고 있어 모든게 짜증스럽게 느껴지는 날은 결국 '화남'의 끝에 입을 굳게 다물고 있는 내가 있었다.
그래도 괜찮아 괜찮아 괜찮아- 라고 버텼던 것 같다.
어느 날 저녁, 일주일에 두 번 정도 가지고 있는 나의 자유 시간을 위해 집을 나서다 우연히 멕시코 친구 M을 만났다.
그녀는 평소 킥복싱을 취미로 하고 있는데 그날도 취미생활 후 귀가하는 중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이야기 중 자세히 보니 그녀의 눈이 새빨갛게 보였다.
너 울었구나!
나도 모르게 새어나온 말에 그녀는 갑자기 눈물을 쏟아냈다.
사실은 공원에 가서 홀로 울고 왔다는 그녀.
그 말에 나도 덩달아 눈물이 바로 왈칵,,, 우린 잠시 부둥켜안고 함께 울었다.
각자 힘듦은 조금씩 다를지 몰라도 거의 매일을 함께 하면서 우리는 서로의 육아에 대해 가장 가깝게 바라보는 사이가 되어 많은 것이 이해가 되었기 때문이었다.
내가 타인 앞에서 그렇게 운 건 4년 전, 결혼식 날 이후 처음이었다.
캐나다와 한국
낭만 속 현실, 현실 속 낭만
캐나다에 산다는 건 참 낭만적이지만 때론 더 현실적인 나를 직면하게 한다.
심지어 내가 너무 원해서 이 곳으로 이주하였고, 계획했던 대로 아이를 가져 키우고 있지만 내가 당면한 현실은 매일 나를 테스트하고 있다.
이를테면 가끔씩 '내가 캐나다로 오지 않았다면?'으로 꼬리에 꼬리를 무는 질문을 떠올릴 때가 있다.
조리원 찬스, 친정부모님 찬스, 인프라 가득한 익숙한 한국 생활...
하지만 모든 건 동전의 양면처럼 얻는 것이 있으면 잃는 것이 있기에 답은 내 안에 있는 것이었다.
그래서 내가 도달한 답은 '한국에 살고 있었다면 분명 결이 다른 고민과 더 많은 걱정들을 안고 살고 있을 것이다.'이다.
여전히 내겐 30년 이상을 살았던 우리나라가 최고이지만 지극히 현실적인 한국에서 살 때는 해외여행을 계획하고, 쇼핑을 하고, 빠르게 바뀌어가는 트렌드 문화에 발맞춰 살아가는 것이 여유이자 곧 낭만이라고 생각하며 살았던 것 같다.
하지만 캐나다는 나라 자체가 갖고 있는 여유로움과 그들만의 낭만이 있다.
지금은 육아로 인해 힘이 들때면 때때로 무기력한 기분에 휩싸이기도 하지만 분명 나의 아이는 보여주기식 비교 문화가 아닌 눈치 보지 않는 여유로움과 각자의 개성을 존중해 주는 낭만을 즐기며 성장할 수 있을 거라 믿는다 :)
글을 쓰다보면 힘들었던 기억들이 희석되면서 '이 또한 좋은 추억이다.'라고 다독이게 된다.
그래서 지금의 나를 기록하며 캐나다로 오기로 한 나의 결심에 희망을 잃지 않으려 다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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