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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6월 17일 <슬기로운 의사생활> 시즌 2가 시작되었습니다.
개인적으로 저의 최애 드라마로 마흔 살의 사랑스러운 5인방을 너무 기다렸는데 역시 이들이 풀어내는 병원 속 이야기는 뭉클하고 가슴 벅찬 여운을 남기게 합니다.
■ 최고도 좋지만 최선을 다하는 의사를 만나고 싶다,
임신 19주에 양수가 파열되어 율제 병원에 응급으로 오게 된 임산부가 있습니다.
임산부는 38살 노산으로 시험관 3번으로 어렵게 품게 된 아기의 생명은 아주 위급했습니다.
하지만 19주에 당장 출산을 할 수도 없고 양수 부족으로 산모까지 위험에 빠지게 되는 상황이라 담당 주치의는 현실적이고 냉철한 판단을 하게 됩니다.
결국은 아기를 보내줘야만 한다는 설명을 들은 산모는 절망으로 오열을 하고, 그 후 전공의 추민하에게 본인이 염치없는 건 알지만 주치의를 양석형 의사로 바꾸어 달라는 부탁을 아주 간곡하게 하게 됩니다.
추민하는 산모의 뜻을 원래 담당 교수에게 전달하고 상관없다는 교수의 의견을 바탕으로 양석형 교수에게도 의중을 물어봅니다.
양석형은 이 날 산모를 만나 결코 지금 상황이 낙관적이지 않음을 말씀드리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큐베이터에 들어갈 수 있는 24주까지 항생제, 폐 성숙 주사 등 조치를 취해 최대한 아기를 품을 수 있는 시간을 끌어 아기를 살리는 쪽으로 오더를 내립니다.
전공의 추민하는 같은 날 몇 시간 차이로 자신이 작성한 한 명의 환자를 대상으로 아기를 잃을 수밖에 없는 처방의 차트와 아기를 지켜보자는 상반된 차트를 보며 많은 생각을 하게 됩니다.
추민하는 늦은 밤, 양석형 교수의 방을 방문하여 이러한 결정을 하게 된 이유를 묻습니다. 그리고 양석형은 이렇게 대답합니다.
양석형
"산모의 의지가 강하고 태아의 의지(태동)도 느껴진다면 확률이 낫더라도 지금 상황에서는 두 사람을 도와주는 것이 최선의 선택이라고 생각해."
추민하
"만약에 아기 잘못되고 산모가 잘못돼서 교수님 원망하면 어떡해요? 안 무서우세요?"
양석형
"무서워. 무서운데 지금 그거까지 생각하면 한 걸음도 못 나가. 지금 상황에서 할 수 있는 최선, 그것만 생각해."
19주 아기와 임산부의 미래는 당장은 알 수 없습니다.
냉혹하지만 현실적인 원래의 담당 주치의가 산모까지 위험에 빠뜨리지 않기 위한 옳은 결정일 수도 있고, 양석형 교수의 희망찬 오더가 실제로 아기의 생명을 구하게 될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제가 느낀 정답은 최선을 다하고자 하는 산모의 마음을 누군가는 알아줬다는 것입니다.
통계적으로 불가능한 것을 가능하게 만드는 힘은 나 혼자만의 의지로 되지 않을 수 있지만, 관련 지식과 경험이 있고 긍정적인 가능성을 열어주는 전문가가 옆에 있다면 나는 최선을 다해 가능케 하는 의지를 가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임신 전 시즌 1에서도 산부인과 이야기가 가장 마음이 아팠는데 시즌 2는 임산부의 입장이 되어 드라마를 시청하다 보니 더욱더 감정이 몰입되는 것 같다.)
■ 나의 아픔을 진심으로 함께 기억해 주고 위로해 줄 수 있는 의사,
병원에서 태어나 3살이 되기까지 병원 밖을 나가지 못했던 '연우'의 어머니는 아이가 죽은 후에도 병원을 찾아옵니다.
병원을 일부로도 들리고, 우연히 지나가다가도 들리며 항상 소아 병동을 찾아 자신의 아이를 담당했던 의사와 간호사에게 간식을 전달하며 항상 눈도장을 찍습니다.
어떤 간호사는 안타까운 사연을 가진 연우의 어머니가 안쓰러우면서도 한편으로는 혹시 병원의 잘못으로 아이가 사망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에 몰래 소송을 준비하는 건 아닐까 하는 염려도 해 봅니다.
역시 연우를 3년간 지켜봤던 전공의 장겨울은 연우 어머니와 마주칠 때마다 조금은 혼란스러운 감정이 들었고 이를 남자 친구 소아과 교수 안정원에게 상담하게 됩니다.
장겨울
" 별다른 용건 없이 자주 오시는데 그때마다 저를 찾으세요. 저한테 할 말이 있으신 것 같은데 그게 뭔지 잘 모르겠어요. 정중하게 어떤 용건인지 물어봐야 하는지 아니면 지금처럼 모른 척 넘어가도 되는 건지 그걸 잘 모르겠어요."
안정원
"연우 엄마는 연우 얘기하고 싶어서 오시는거야. 다른 의도나 용건은 없어.
아이에 대해 기억하는 사람이 아무도 없잖아. 태어나자마자 병원에 쭉 있었으니까 병원 밖에서 아이를 기억하는 사람이 아무도 없어. 엄마 입장에선 아이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은데 이야기할 사람이 없어. 오랫동안 봐왔던 담당 의사와 간호사 빼고는.
다음에 또 보면 따뜻한 커피라도 사드려. 영원히 오시는 분은 없어. 언젠가는 안 오실 거야. 결국은 잊어야 하니까. 그때까지만 따뜻한 마음으로 따뜻하게 대해드려."
연우 생일날, 연우 엄마는 또 병원을 찾아와 소아 병동에 케잌을 두고 갑니다. 이때 전공의 장겨울은 연우 엄마에게 먼저 커피 한 잔을 대접하고 싶다고 카페로 함께 갑니다.
장겨울
"연우 어머니, 제가 많이 무뚝뚝해요. 말 주변도 없고 위로의 말도 잘 못하고.
그래도 연우 얘기하고 싶으시거나 연우 생각나시면 언제든 저한테 오세요. 제가 연우에 대해선 연우 어머니만큼 많이 알잖아요. 어디 가셔도 저만한 말 상대 찾지 못하실 거예요."
연우 엄마
"선생님, 여기 오면요. 사람들이 절 연우 엄마라고 불러요. 저 그 말이 너무 좋아요. 이제 애가 없으니까 아무도 제가 연우 엄만지 몰라요. 근데 여기 오면 다들 저를 연우 엄마라고 불러줘요.
저는 저희 연우 빨리 잊고 싶지 않아요. 세상에 너무 잠깐 있었던 아이잖아요. 저라도 우리 연우 오래오래 기억하고 싶어요, 선생님. "
다양한 케이스가 공존하는 특수한 병원이라는 공간에서 연우 엄마의 사연 또한 마음이 아픕니다.
그런 그녀의 진짜 마음을 알아봐 준 한 의사(안정원)로 그 영향력은 장겨울까지 전해지게 됩니다. 그렇게 진심으로 연우 엄마의 아픔을 헤아리게 되는 이 장면에 울컥 대는 마음을 숨길 수가 없었습니다.
슬기로운 의사생활 시즌 2의 1화에서 5인방의 주옥같은 선곡은 2008년 발매된 영화 '라디오 스타' 삽입곡 <비와 당신>입니다.
이젠 당신이 그립지 않죠,
보고 싶은 마음도 없죠,
사랑한 것도 잊혀 가네요, 조용하게.
알 수 없는 건 그런 내 맘이
비가 오면 눈물이 나요.
아주 오래전 당신 떠나던 그날처럼,
이젠 괜찮은데 사랑 따윈 저버렸는데
바보 같은 난 눈물이 날까.
아련해지는 빛바랜 추억
그 얼마나 사무친 건지
미운 당신을 아직도 나는 그리워하네.
이젠 괜찮은데, 사랑 따윈 저버렸는데
바보 같은 난 눈물이 날까.
다신 안 올 텐데, 잊지 못한 내가 싫은데
언제까지 내 맘은 아플까.
이젠 괜찮은데 사랑 따윈 저버렸는데
바보 같은 난 눈물이 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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