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화 : 나를 알아봐 주는 사람
사람은 누구나 인정받고 싶고, 좋은 사람이 되고자 하는 기본적인 욕구가 있습니다. 그런데 살면서 나를 정말 제대로 알아봐 주는 사람이 몇 이나 될까요? 또 반대로 우린 정말 괜찮은 사람을 제대로 알아볼 수 있을까요?
'슬기로운 의사생활' 8화에서는 인생 공부 제대로 한 추민하 선생님의 이야기가 절 울리고 말았습니다.
요즘 산부인과 전공의 2년 차 추민하는 하루하루가 바빠도 너무 바쁩니다.
추민하가 이리 뛰고 저리 뛰고 있을 때 하나 밖에 없는 동기 명은원은 산모 사망으로 충격을 받고 병원을 나가 잠적을 하는 바람에 추민하는 당직, 당직, 당직을 서고 있었습니다. 3일 만에 '죄송합니다' 하며 병원으로 돌아온 명은원은 추민하에게 오늘 하루만 더 당직을 서 달라고 부탁합니다. 정말 너무 뻔뻔합니다. 그리고 명은원의 예민한 환자였던 도재영 산모가 입원하기 전 꼼수까지 씁니다.
"저기 도재영 산모, 제 환자인데요. 저 지금 수술 들어가야 해서 당직 선생님(동기 추민하)한테 오더(order)내고 매니지(manage) 좀 부탁한다고 말씀 좀 드려 주세요."
라며 그녀는 수술 방으로 사라집니다. 수술 방에도 무려 1시간이나 일찍 간 명은원은 산부인과 조교수 양석형이 오늘 치프(전공의 4년 차)가 오기로 했는데 왜 왔냐는 질문에 '아직 모르는 게 많아서 교수님께 배우러 왔다' 며 빙그레 미소 짓습니다.
이 회차가 방영되고 극 중 명은원은 <빙그레 엑스엑스>로 등극 되는데, 그녀는 과연 상여우일까 아닐까에 대한 논란도 있었습니다. 사실 뻔히 보이는 여우 짓에 추민하의 어깨만 몇 십배 더 무거워 진 듯 보입니다.
저녁이 되었고, 조기 진통으로 계속 통증을 호소하던 도재영 산모는 태반조기박리(placental abruption) 상태가 되어 당직 중이던 추민하는 다급하게 양석형 교수에게 전화를 합니다. 최대한 빨리 오겠다는 양석형이였지만 1분 1초가 아쉬운 응급 상황이라 핸드폰을 스피커폰으로 돌린 채 추민하는 메스를 잡게 됩니다. 양석형이 도착하고 긴박했던 수술은 산모와 아이 모두 건강하게 끝이 납니다. 그리고 긴장이 풀린 듯 추민하는 소리 내어 엉엉 울어버리고 맙니다.
추민하는 양석형의 연구실로 들어와 그동안 힘들었던 이야기를 꺼내며 이런 상황을 계속 모른 척 하시는 교수님께 조금 아주 많이 섭섭했다고 털어 놓습니다. 그런 추민하에게 양석형은 전공의들 사이에도 룰이 있어 개입할 수 없었다고 말하며 그동안 모른 척 해서 미안하다고 말합니다.
그리고 양석형이 추민하를 어떤 제자로 생각하는지 다음 대화를 듣고 저는 눈물이 뚝- 하고 떨어졌습니다. 솔직히 말해, 이 대사에 소리 죽여 펑펑 운 것 같습니다.
"민하야, 나는 똑똑하고 머리 좋은 사람보단 책임감 있는 사람이 좋아.
내가 택시 타고 오면서 몇 번 빨간 신호에 걸렸는데 그때마다 환자를 잃으면 네가 산부인과를 그만두게 될까 봐 얼마나 걱정했는지 아니? 넌 좋은 의사가 될 거야. 책임감 있게 도망 안 가고 최선을 다했어. 너 오늘 너무 잘했어."
양석형은 응급 콜을 받고 병원으로 오는 택시 안에서 수술 방에 있는 추민하 만큼 수 많은 생각들이 머릿속을 교차했을 것입니다. 위험한 수술을 앞둔 산모와 아기도 정말 걱정되었겠지만 한편으론 자신이 속으로 아끼는 제자가 혹시나 이 일로 상처 받아 그만두게 되지 않을 까란 염려스러움이 추민하가 양석형에게 어떤 존재로 신뢰 받고 인정받고 있는지 알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이 대화가 저에게는 정말 큰 감동으로 다가왔습니다.
나를 진짜로 알아봐 주는 사람, 끝까지 믿고 존경하고 사랑할 수 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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