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화 : 떠나는 사람과 남겨진 사람에 대한 배려
이익준(조정석)에게 복강경담낭 수술을 받은 환자분의 퇴원 날, 환자와 가족들은 담당 주치의인 이익준에게 감사 인사를 드린다. 그리고 어린이날 전 날에 퇴원할 수 있게 되어 다행이라며 모두 환하게 웃는다.
그런데 다음날, 어제 퇴원한 그 환자는 어린이날 아침 교통사고를 당하게 되고, 장기 기증하는 뇌사자분이 되었다는 소식이 이익준에게 전달된다.
그 날 밤, 이익준(간담췌외과 의사)과 뇌사자 장기를 가져가기 위해 기다리고 있는 타 병원 의사들과의 대화에서 강한 울림이 있었다.
"부탁 하나 해도 될까요? 심장 적출하는 거 10분만 미뤄도 될까요? 병원에 전화해서 가능한지 먼저 확인부터 해 보시고 거기 상황 급하면 바로 해도 됩니다."
"괜찮습니다. 10분 정도는. 우리가 일찍 온거라서요."
"그럼 지금 11시 50분이니까 12시에 묵념하고 시작합시다."
"근데 그냥 지금 바로 하시면 안돼요? 우리 이틀 밤 샜는데."
"오늘이 어린이날이라 그래요. 이 분 아들이 5살인데 이름은 원준이고, 오늘 어린이날이라 아빠랑, 자장면 먹기로 했거든요. 근데 앞으로 평생 못 하게 됐어요. 그거. 우리 딱 10분만 기다려요. 10분만 있다가 시작해요. 애가 매년 어린이날마다 돌아가신 아빠 때문에 울면서 보낼 수는 없잖아요."
.
"알겠습니다, 교수님."
환자분은 5월 6일 0시 5분에 고인이 된다.
난 이 장면에서 의사의 역량을 뛰어 넘은 한 사람이 세상을 떠나는 아버지와 남겨진 어린 아이 모두를 생각하는 인간적인 배려에 감사했다. 이익준의 약간의 울먹거림은 실제 조정석 배우의 감정이입이 아니었을까 생각마저 들었다.
새로운 시작에 들떴던 하루가 다음날은 온 세상을 깜깜하게 만들기도 하는, 어쩌면 아주 극적인 에피소드였지만 앞일을 어느 누구도 예측 할 수 없는 삶을 살아가는 우리이기에 보는 이로 하여금 자신의 삶의 소중함을 깨닫게 한다.
아마도 한동안은 어린이날이 되면, 이익준도 이 날의 기억이 문득 떠오르지 않을까? 그리고 그 아이가 잘 지내고 있는지 궁금해 하고, 잘 자라고 있길 바라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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