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접 인생 경험 :D/캐나다에서 육아하기

[캐나다 일상] 아기가 아프면 당연히 병원? 항생제? 한국과 캐나다의 다른 의료 접근.

Hi_Elly 2023. 2. 17. 1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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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닥토닥, 아프지마! (애뽈 일러스트)



17개월 아기, 장염에 걸렸다.



아기가 4일간 아팠다.
처음엔 구토를 하길래 급하게 치즈를 먹다 체했다고 생각했다. 구토가 반복되고 그다음 설사를 계속하는 걸 보고 장염 증세라는 걸 알게 되었다.
매주 1-2회 정도 친정 부모님과 아기가 영상통화를 하는데 아기 컨디션이 너무 안 좋아 정신이 없었고 늦게서야 아기가 아팠다는 걸 아셨다.


친정 엄마 : "아픈데 왜 병원에 안 데려가?"
나 : "이 상태로는 여기 병원에선 해 주는 게 없어."
친정 엄마 : "한국은 아기 장염 걸리면 입원도 하던데."
나 : "캐나다는 웬만해선 아기에게 수액도 안 맞혀 주고 항생제도 안 준대."
친정 엄마 : "그럼 약국에 가서 약을 사 와서 먹어야지. 아기가 아픈데 힘들잖아. 설사하는 게 얼마나 힘든데."
나 : "설사를 해서 자연스럽게 나쁜 바이러스를 흘려보내는 게 좋아. 다행히 열 안 나고 처지지 않아. 점점 좋아지고 있어."


아기는 하루동안 구토를 했고 설사의 점도와 횟수는 날이 지날수록 점차 줄어들고 있었고 좋아지고 있었다. 당연히 고열이 났거나 구토가 멈추지 않았다면, 혹은 아기가 축 쳐지는 모습을 보였다면 나 또한 바로 병원으로 데려갔을 것이다.


사실 친정 엄마와의 이런 대화는 두 달 쯤 전에도 똑같이 있었다. 작년 크리스마스 기간에 아기가 아팠는데 그 때도 엄마는 왜 아기가 아픈데 병원을 데려가지 않냐며 재차 물으셨다.
우리 부부 역시 당시 아기 열이 40도까지 올라 언제든 응급실로 가기 위해 스탠바이된 상황이었다.
- 감사하게도 런던엔 어린이 병원&응급실이 있고 집에서 10분 거리에 위치하고 있다.



열냉각시트 짱 좋음 :)




다행히 아기는 열이 높게 오를때도 축 처지지 않고 잘 놀았고, 타이레놀과 에드빌을 교차 복용하면 열이 조금씩 내리는 차도를 보였다. 40도까지 열이 오를 땐 너무 놀라 눈물의 기도를 해 가며 열이 떨어지길 바랐는데 5일 정도 끙끙 앓고 난 아기는 완쾌했다.



캐나다에서 아기 장염을 대처하는 방법,





다시 장염 얘기로 돌아와서,,,
처음에 아기가 장염인 것을 알고 무엇을 먹이는 게 좋을까 검색을 해 봤는데 한국에서 아기가 장염에 걸리면 입원을 하고 수액도 맞히고 더 나아가 항생제도 처방하는 걸 보았다.
만약 나 또한 여전히 한국에 살았다면 이러한 의료 시스템이 너무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였을 텐데 지금의 나로서는 생각이 달라졌다.


캐나다에 살면서 '질병'에 대처하는 태도가 바뀌었다.
일단 열이 심하게 나지 않으면 (아기 기준 39도 2부 정도) 타이레놀과 에드빌 교차 복용을 하고 처지지 않는지, 눈 초점이 흐려지는지 지켜본다.
캐나다의 의료 시스템은 아기가 열이 난다고 해서 들쳐업고 병원을 가더라도 특별한 이상행동이 없는 한 집에서도 충분히 할 수 있는 타이레놀과 에드빌 교차 복용을 지시할 뿐 딱히 다른 처방을 내리지 않는다. 즉, 응급실에서 대기하고 아기를 데리고 오고 가고 하는 것이 아픈 아기에게 더 스트레스일 수도 있다는 것이다.
- 어린이 병원이 존재하는 이유는 아이에게 생명과 직결되는 응급상황이거나, 즉각 조치가 필요하면 바로 해결해 준다고 하니 그 점을 믿고 있다.


그래서 집에서 아기 컨디션을 잘 지켜보는 것이 중요하다.
우유, 치즈, 요거 같은 유제품을 삼가 하고 고구마, 감자, 바나나 같이 소화하기 편한 음식을 먹게 했다.
탈수 증세가 되지 않게 따뜻한 보리차를 준비해 수시로 마시게 했는데 밥에 보리차를 섞어 한 두 숟갈씩 늘려가며 밥을 먹도록 했다.
장염에 걸리면 입맛도 없고 설사를 하는 걸 아는지 음식을 거부하는데 점차 좋아하는 계란말이, 계란찜도 조금씩 먹였다.
아기는 4일 후 약 없이 설사가 완전히 멈추면서 건강을 회복했다.


10개월 아기,
한국 소아과 방문 경험




작년 여름, 아기가 10개월 때 두 달간 한국을 방문했었는데 양가 친적집이며 여기저기 어른들에 끌려다니느라 피로가 누적이 되었던 것 같다.
- 아기한테 너무 미안해서 다음 한국 방문할 땐 일정을 최최최-소화하기로 결심.


그 결과 캐나다로 돌아오기 전 날, 아기가 갑자기 열이 나기 시작했다. 38도를 넘어가는데 당장 다음 날 비행기를 탈 것인가 말것인가를 결정해야 했다.
일단 친정부모님이 소아과를 가자고 했다.
아기 진료비가 몇 백원인가 밖에 안 나와서 너무 충격적이었고(수가 조정이 시급해 보임), 아기에게 해열제와 함께 항생제를 바로 처방해 주셔서 놀라웠다.


그날 처방받은 해열제를 먹이고 밤새 지켜봤는데 다행히 열이 조금씩 떨어져 다음 날 비행기를 탑승할 수 있었다. 하지만 다시 열이 올라 울고 보채는 아기에게 비행기 탑승 중이라는 상황이 상환이지요 어쩔 수 없이 항생제를 먹였다.
- 17개월 현재까지 처음이자 마지막.


항생제 남용은 없어야 한다,



약에 대한(ex. 항생제, 유산균)
한국과 캐나다의 다른 관점.




나는 개인적으로 예전부터 한국에서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항생제 복용이 남용되고 있음을 심각하게 생각하고 있었는데 막상 내 아기에게 항생제를 먹여야 하는 상황이 오니 망설여졌었다.
항생제의 빠른 효과는 당연히 가장 큰 강점일 수 있지만 항생제가 어린 아기에게 미치는 영향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들이 있기에 아직 어린 자녀를 키우고 있는 한국 엄마들이 항생제에 관대해지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오히려 병원 접근성이 떨어져 구입하기 쉬운 영양제가 넘처난다고 알려진 캐나다이지만 실제 의사 처방이 필요한 약들은 엄격하게 다루어진다. 그래서 캐나다에서 아기가 감기에 걸렸다고 항생제를 처방하는 사례를 찾는 게 어려울 것 같다. 반면 한국에선 아기 감기에 항생제 처방이 정말 관대하게 이루어지고 있는 실태이다.


다른 예로 신생아에게 유산균을 꼭 먹어야 할까?
한국은 신생아들이 산후조리원에서부터 유산균 약을 섭취하고 출산 준비물에 유산균 약이 포함되기도 한다. 이러한 방향은 입주한 산후조리원에서 유산균 약을 자체 홍보하기도 하고 신생아를 위한 유산균 종류는 점점 늘고 있다.


한국 트랜드를 확인한 나는 출산 후 주치의에게 아기가 배앓이를 하는 것 같고 뿡뿡이도 힘겹게 하는 것 같아 유산균 약을 먹여야 할지 물었다. 주치의는 명료하게 "아니."라고 대답해 줬다. 아기 스스로 그것을 이겨내고 면역 체계를 형성해 나갈 것이기 때문에 유산균 약을 권장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나는 의사의 권유대로 유산균을 구입하지 않았고 아기는 그 과정을 잘 이겨가며 성장해 갔다.


이렇듯 확실히 한국과 캐나다에서 약에 대한 시각은 정말 다르다. 그리고 점차 나도 캐나다의 이러한 관점에 동화되고 있음을 깨달았다.



내 생각은 말이야, (애뽈 일러스트)



'아기'를 대상으로 한
캐나다 의료 대응에 긍정적으로 생각한다.




물론, 한국 의료는 전 세계에서 인정할 만큼 접근성이 편하고 그만큼 각종 검사가 용이해서 질병을 발견하고 병을 이겨내는데도 비교적 단시간에 끝낼 수 있다.
캐나다에 살면 솔직히 이게 가장 아쉽다. 캐나다는 모든 진료비가 무상이다보니 질병 여부에 대한 검사를 한 번 받기가 참으로 답답하다.


하지만 아기를 키우는 입장이 되고 보니 캐나다 의료에 대해 긍정적인 면을 보게 되었다.
어린 아기일수록 약에 의존하기 보단 스스로 병을 이겨내고 쾌차해 가는 방법을 자연스럽게 터득할 있는 게 오히려 인간의 면역체계를 형성해 나가고 신체적/정신적으로 발달하는 것에 더 도움이 되리라 생각되기 때문이다.


친정엄마와의 통화를 통해서 한국인이라면 아기가 아프면 당연히 병원으로 가야지-라는 아주 자연스러운 생각에서 나 스스로 많이 바뀌어 있는 것을 발견하고 현재 한국에서 유아를 대상으로 한 의료 처방에 대해 여러 생각들을 해 보았다.
내가 찾은 항생제 관련 글들에서 두 살 이하의 소아에겐 다양한 부작용을 일으킬 가능성이 높기에 항생제 처방을 권장하지 않는다고 한다. 단순 감기, 장염, 중이염까지도 말이다.
따라서 아이가 어느 정도 성장한 후 항생제와 같은 약 처방이 이루어져도 괜찮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머물렀다.


나라를 옮겨 산다는 게 결코 쉬운 일은 아니지만, 이런 경험들을 통해 의료 상황에 대처하는 방법에 있어 더 나은 해결책을 모색하고 적응해 나가는 게 인생사, 배우고 또 배우게 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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