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의 겨울은 정말 춥고 길다.
그런데 아기까지 함께라면 더 춥고 더 길게만 느껴진다.
작년 겨울, 백일 정도되는 아기와 방. 콕. 하며 지냈던 그 시기는 정말 내 생애 가장 긴 겨울이었다.
올해 여름 아기가 돌이 되고 에너지 넘치는 아기와 집에만 있을 순 없는 일, 그래서 이번 겨울은 나름 활기차고 보람된 시간들을 채워나가려고 노력하고 있다.
그중 가장 중요한 스케줄이 되어주는 건 바로 아기를 위한 도서관 프로그램이다.
♥ 돌아기 걸음마 장소, 도서관 추천
아기와 함께 도서관을 다니기 시작한 건 아기가 돌이 되고 나서 부터였다.
럭키(태명)는 돌 쯤 걷기 시작했는데 집 외의 걷기 실전을 위한 장소로는 도서관을 강력 추천한다.
특히 어린이 도서관은 더 안전하고 넓은 공간에 비교적 쾌적하기까지 해서 아기 걷기 연습을 하기 딱이었다. 도서관을 다니기 시작하면서 아기가 걷기 전 더 일찍이 아기와 함께 여길 올 걸 하는 생각마저 들었다.
처음에 무릎 보호대를 한 채 아장아장 걷던 아기는 도서관 이곳저곳을 탐방하더니 금새 여기저기를 누비는 활기찬 아기가 되어가고 있었다.
이렇게 나의 아기는 도서관에서 걷기 훈련을 제대로 완성시켰다.
TMI를 하자면,
한국에선 걷기 연습에 들어가면 무릎 패치 당연한 건 아닐까 싶은데 외국인들 눈에는 아기가 하고 있는 무릎 패치(한국에서 구입)를 정말 신기하게 바라봤다.
그리고 좋은 아이디어라면서 꼭 한 마디씩 전해주고 가는데 그들의 시선을 끄는 아장아장 걷는 아기와 무릎 패치는 극강의 귀여움을 느끼게 하는 듯했다.
평소 책을 유난히 좋아하는 아기여서 그에게 도서관은 그야말로 맞춤 놀이터였다.
본인이 알만한 동물 그림책을 책꽂이에서 꺼내 아빠에게 다가가는 모습이 너무 귀여웠다.
♥ 아기를 위한 도서관 프로그램
캐나다에는 한 지역 안에 동네마다 도서관이 곳곳에 있는데 그 도서관 안에 어린이 도서관이 세분화되어 있다. 보통 YMCA 혹은 쇼핑몰 안에서 도서관을 쉽게 찾아볼 수 있고 독립적으로 도서관만 있기도 하다.
내가 사는 지역엔 도서관이 17개 정도 있으며 각 도서관에는 어린이, 청소년, 성인, 노인 등을 위한 프로그램이 다양하게 준비되어 있다.
*온타리오 주 런던 도서관 홈페이지
https://www.londonpubliclibrary.ca
나는 럭키(태명)가 돌이 지나면 도서관에서 운영하는 아기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있지 않을까 고대하고 있었다.
다행스럽게도 최근 이사한 곳이 도보 10분 거리에 도서관이 있다는 가장 큰 장점을 가지고 있었다. 덕분에 아기가 15개월이 되면서 본격적으로 아기를 위한 도서관 프로그램에 참여하기 시작했다.
각 프로그램에는 요일별 시간별로 프로그램 주제와 참여 가능한 연령이 안내되어 있는데 신생아부터 참여 가능한 프로그램들이 더러 있다는 게 놀라웠다.
실제로 3개월도 안 된 아기와 함께 온 엄마들이 프로그램 중간에 모유를 먹이는 모습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었다.
아이는 당연하게도 무조건 보호자와 함께 동행해야 하지만 꼭 부모님이 아니어도 내니(nanny)와 같이 아기를 봐주는 분이거나 조부모님이 함께 오기도 한다.
일반적으로 프로그램은 30분 정도는 리더의 진행에 따라 노래에 맞춰 율동하기, 그림책 읽어주기, 비눗방울 시간 등이 있다. 그 후 30분은 다양한 장난감 놀이 시간을 가진다.
아기 프로그램을 참여하는 동안 캐나다와 한국 간의 확실히 다른 문화를 발견한 게 있다.
프로그램을 통해 평소 보지 못했던 귀엽고 엉뚱한 아기의 모습을 보고 있자면 이 순간들을 예쁘게 찍어 남기고 싶은 부모의 마음은 공통적이지 않을까?
아기 사진 찍는 사람이 없다니!!
하지만 어린이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다른 보호자들은 자신의 아기사진을 전혀 찍지 않는다는 것이다.
나의 경우엔 한국에 사는 부모님에게 아기가 어떻게 지내는지, 직장에 있는 남편에게는 아기가 지금 무얼 하며 놀고 있는지 알려주고 싶어 사진을 찍곤 했었다.
도서관에서 사진 촬영이 금지사항은 아니지만 아마 내 추측으로는 다른 아이들이 사진에 함께 찍힐 프라이버시 침해를 우려하는 거 아닐까 짐작해 본다. 그런데 몇 달간 지켜본 바로 자신의 아이만 단독으로 사진을 찍는 일도 없었다.
그래서 나도 초반에 아이 사진을 찍고는 더 이상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동안은 아이 사진을 찍지 않고 오롯이 내 눈으로만 아기의 모습을 기억하고 있다.
좀 더 지켜보니, 신기하게도 동양인들이(인도, 동남아시아) 핸드폰으로 자신의 아이 사진을 찍으려고 하는 모습을 보았다. 프로그램 중 그 아이 곁에 내가 있으니 그 카메라 프레임 안에 나와 나의 아기의 모습이 담길 생각을 하니 점차 불쾌해졌다.
아무래도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룸은 좀 더 협소하고 아이들과 보호자가 서로 엉켜있어 내 아이만 독단적으로 찍는 건 쉽지가 않다. 그래서 더 확실히 깨달았다. 프로그램 중엔 내 아이를 눈으로만 담자고.
캐나다에서는 도서관을 잘 활용하면
삶이 백 배 즐거워질 수 있다.
코로나가 발생하기 전에는 나 또한 책 대여와 영어 프로그램 참여로 일주일에 두세 번은 꼭 도서관에 들렸다. 지금 생각해 보면 시간적인 여유가 있을 때 퀼팅 수업 같은 것도 참여해 볼 걸 후회가 된다.
지금은 일주일에 최대 3일 정도는 아기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는데 비용은 무료이며 예약을 하지 않아도 되는 프로그램들이기에 가벼운 마음으로 와서 즐기고 돌아갈 수 있다.
특히 집 근처 도서관이 있어 아기 프로그램이 없는 날에도 종종 어린이 도서관에서 시간을 보내는데 심적으로 좀 더 여유 있는 육아시간을 보낼 수 있게 된 것 같다.
- 개인적으로 집 가까이 도서관과 소방서가 있으면 마음이 편안해진다.
만약 아이가 있으신 분이 캐나다에 오실 계획이 있다면 방문할 지역의 도서관을 구글링 하여 어린이 도서관과 더불어 무료 어린이를 위한 프로그램도 꼭 즐겨보길 추천드린다.
다음 포스팅에는 어린이 도서관은 어떤 모습일지 조금 더 자세히 이야기해 보고 싶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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