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렸을 땐 촌지 문화는 좀 야비한 느낌이었다.
대놓고 촌지가 오고 가는 것을 보거나 들은 것도 아닌데 은연중에 나의 담임이 촌지를 바랐을 것 같고, 우리 엄마가 촌지를 준 적이 있지 않았을까 생각한 적이 있다.
나는 초딩때 네 번의 반장과 한 번의 부반장을 역임했는데 엄마의 공이 9할이었다고 엄마는 말씀하셨다.
- 진실은 지금도 모른다ㅋ
90년대 당시 선생님들 중 인성이 좋은 분들이 열에 하나 정도 있었던 것으로 보이고, 당연하게 촌지 문화를 받아들여야 했던 나의 부모님 세대를 생각하면 씁쓸한 기분이 든다. 그런데 참 사람 마음이, 내가 엄마가 되어 색다르게 깨닫게 된 감정이 아하- 그럴 수도 있구나-가 되는 것이다.
다행히 현재 한국은 2012년 김영란법으로 촌지 문화가 없어졌다. 지금은 어떤 방법으로 학교 선생님께 감사한 마음을 표현하는지는 알 수 없지만, 캐나다는 비교적 자발적으로 감사한 마음을 갖고 아이들이(+부모님) 선생님께 1년에 두 번(크리스마스, 종강)정도 선물을 드리는 문화가 남아있다.
내가 지금,
캐나다에서 내 아이의 선생님을 대하는 마음가짐
첫 번째, 나는 진심으로 데이케어에 종사하신 선생님들이 대단하다고 느낀다.
약 3년간 가정보육을 하면서 내가 너무 사랑하는 내 아이지만, 아침부터 저녁까지 돌보는 거 절대 쉽지 않다.
그런데 그런 아이들이 하나, 둘, 셋, 넷, 다섯...
물론, 모든 선생님들이 열정을 갖고 아이들을 사랑하시진 않지만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믿고 있다.
그래서 캐나다의 추수감사절인 'Thanks Giving Day'에 담임 선생님 두 분을 위한 스타벅스 기프트 카드를 준비했었다.
*캐나다는 선생님들이 감정적인 모드를 빼고 (기계적인 마인드로)아이들을 돌봐서 평등하게 아이들을 돌본다는 우스갯소리도 있다. 내가 느꼈던 건 9명의 선생님이 계시면 세 명은 열정적이고, 세 명은 단순 직업적인 마인드고, 세 명은 아이들에 관심이 없다.
둘째, 아이를 기관에 맡겨보니 내 아이에게 건네는 아주 작은 말 한마디와 행동 하나에 나의 희비가 교차한다. 아이와 눈을 마주치고 환하게 웃어주고 반응해 줄 때, 아이가 눈치 보지 않고 선생님을 대하는 타이밍이 그저 고맙게 느껴지는 날이 있다.
어느 날, 웹캠을 통해 한 보조 선생님이 내 아이가 하는 서툰 작업 활동에 부드러운 미소로 도움을 주는 모습을 보았다. 럭키도 그 선생님을 편하게 대하는 것 같았다. 엄마가 되어보니 그 모습에 안심이 되고 너무 감사했다.
그 날 아이를 픽업하러 가기 전, 팀홀튼에 들려 아이스캡과 도넛을 준비해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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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에서 1년 중 가장 많이 선물이 오고 가는 크리스마스가 다가왔다.
올해 내가 특별히 준비해야 하는 건, 럭키의 프리스쿨 선생님들을 위한 크리스마스 선물이다.
이미 한 달 전부터 마음 속으로 콕 정해놓았는데 선물을 '록시땅'에서 준비하자- 였다.
남편과 연애할 때 록시땅 핸드크림을 선물 받고 이 브랜드를 처음 알게 되었다. 그 후로 '록시땅' 하면 여자들이 받으면 기분 좋아지는 브랜드로 인식이 되었다. 그래서 정말 고마운 사람에게 록시땅 제품을 선물로 드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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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론토 프리미엄 아울렛에 있는 록시땅에서 세 명의 선생님을 위해 핸드솝 및 바디워시 제품($30)과 핸드크림 3종 세트($33)를 각 3개씩 구입했다.
특유의 은은한 향은 말할 것도 없고, 손이 매끈매끈+부들부들해지는 제품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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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말하자면,
선물을 준비하면서 담임 선생님 한 분에겐 감사의 표시를 꼭 하고 싶은 마음에 정말 좋은 선물을 해 드리고 싶었다. 그리고 다른 선생님은 공평성을 이유로 같은 선물을 해야 할 것 같은 압박감에 같은 것을 준비하기로 했다.
프리스쿨 초반 내가 아이를 픽업하러 갔을 때, 럭키가 새 운동화를 제대로 신지 못해 그 신발을 신으려 끙끙대며 바닥에 앉아 눈물을 뚝뚝 흘리고 있는 것을 봤다. 그때 부담임이 아이를 케어하고 있었는데 그 상황을 봤음에도 못 본척하고 있던 것에 화가 났었다.
그래도 아이의 자립심을 키워주려는 거겠지-라고 내 마음을 다독였고, 나는 아이를 달래며 운동화를 신겨줬다. 그랬던 경험으로 집에서 그 새 운동화를 잘 신는 연습을 했고, 더이상 그 운동화 때문에 우는 일은 없었다. 덕분에 정말 자립심이 생겼다.
그건 일부의 일이였고, 그 선생님은 원래 그런 스타일이었다. 나와 대화할 땐 유쾌한데 아이들을 딱히 좋아하지 않는 타입이여서 아이를 좋아하는 ‘척’도 안되는 사람..;;
럭키를 프리스쿨에 데려다 주었을 때 그 부담임 선생님만 있으면 교실에 들어가려고 하지 않았다.
한동안 럭키는 담임선생님은 좋다고, 부담임은 싫다고 표현했다.
결론적으로, 크리스마스 선물을 준비하는 90%의 솔직한 마음은 '내 아이를 속상하게 하지 말아 주세요.'라는 무언의 말인지도 모르겠다. 내 아이의 선생님이라는 까닭에 내가 매번 환하게 웃고 정답게 좋은 선물을 건네주는 이유 말이다.
이렇게 엄마가 되어보니, 참 이해할 수 없었던 나의 엄마의 감정들을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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