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접 인생 경험 :D/캐나다에서 육아하기

[캐나다 육아] 출산 후 건망증? -_- (feat.경험담)

Hi_Elly 2024. 2. 1. 14:27
728x90
반응형

 

럭키와 엄마 그림자 놀이(럭키 23개월, Aug, 2023)

 
 
 
 
이 이야기를 오래전에 한 번 해 봐야지 했었다. 
 
"출산하면 깜빡깜빡한다던데."
"출산 후 건망증 장난 아니라며."
"애를 낳으면서 뇌까지 낳았나 봐-_-."
 
등등 이런 말들이 내게 현실로 와 버리니 스스로 속설이 아님을 증명할 수 있는 산증인이 되어버린 셈이다. 
 
나는 곧 30개월이 되는 남자아이를 키우면서 이 건망증으로 얼마나 많은 좌절감을 갖게 되었는지.
대략 크게 세 개의 썰이 있는데 부끄러운 고백이자 지난 날 나는 이랬으나 앞으로 이러지 말아야지 하는 다짐이 함께 있다. 
 

건망증을 처음 느끼다,


아기가 10개월 때쯤 한국을 방문했었다. 
럭키(태명) 통장을 만들어 주기 위해 은행을 방문했는데 핸드폰을 가져오지 않은 것이다. 
늘 내 한 몸과 같이 동행하며 모든 정보가 들어있는 핸드폰을 중요한 은행 업무를 앞두고 집에 두고 왔다는 게 신선한 충격이었다. 
그때 처음으로 엥? 내가? 맨 정신에? 핸드폰을? 미쳤나 봐!!! 했다. 
 
요즘은 이따금씩 핸드폰을 차에 둔 채 집으로 와서 핸드폰을 찾고 있다. 
그런데 확실한 건 혼자 운전할 땐 절대 그럴일이 없는데 럭키를 카시트에서 내리게 하고 챙기다 보면 핸드폰을 또르르...ㅠ

 
어느 주부가 냉장고에 핸드폰을 두고 문을 닫았다는 스토리가 이젠 완벽히 이해가 된다랄까...
우린 모두 왜 이렇게 됐을까요 -_-
 
 

민망한 건망증


럭키가 18개월이 되고, 서서히 나도 바깥 활동을 해야겠다 생각할 즈음이었다.
그 당시 저녁에 영어 공부를 하는 모임이 있었다. 남편이 퇴근 후, 급하게 아이를 바통 터치하고 옷을 갈아입고 나왔다.
 
자리에 앉아 외투를 벗는데 목 주변이 계속 뭔가 불편했다. 
아뿔싸, 옷의 앞 뒤를 뒤집고 왔던 것이다. 
화장실로 달려가 옷을 바로 고쳐 입으면서 나온 그 허탈한 웃음이란...
 
어느 누구도 지적하는 사람 없고, 눈치챈 사람조차 없었던 것 같은데 나는 그 상황이 매우 슬펐다.
내가 그렇게 정신을 두고 사는구나 하는 그때의 깨달음은 슬펐다. 
그 후 어느 날은 속옷도 뒤집어 입던 걸 발견했다.
딱 한 번이라 다행이야ㅠㅠ 겉옷보다 속옷이 차라리 낫다-_-
점점 자기 합리화와 위안을 위한 이상한 긍정적 회로가 생겨났다. 

 
 
 

위험한 건망증


 

그때 럭키는 27개월, 불과 2개월 전에 있었던 사건이다. 
차를 몰고 지하주차장을 빠져나가는데 마주 오는 차량이 나에게 뭔가 사인을 보냈다.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지하 주차장을 빠져나오자 멕시코 친구를 만났다. 친구도 운전 중이었기에 서로 짧게 인사를 하고 스쳐 지나갔다. 

 

그리고 바로 도로 한 복판에 신호 대기에 서 있는데 계기판에 내 차 문이 열려 있다는 사인을 발견했다. 
맙소사!!!

순간 럭키 카시트 쪽인가 싶어 고개를 돌렸다.
다행히 그쪽으로 아이를 태우진 않아서 그 문은 절대 아닌데 라는 찰나의 안심과 함께 백미러를 보는데 뒷 차의 운전석 할머니 표정이 심상치 않았다. 

동시에 멕시코 친구로부터 전화가 울려댔다.

 
 
 
 

막다른 길에서(25개월 럭키)

 
 
 

그 순간들이 완전 멘붕멘붕.
내가 트렁크 문을 연 상태로 운전을 하고 있었던 거다.
파란불로 신호가 바뀌자마자 바로 차를 옆 길가에 세웠고 트렁크 문을 닫았다. 
 
상황인즉, 옷을 환불하기 위해 종이가방을 트렁크에 넣었는데 문을 닫지 않은 상태 그대로 운전석으로 왔던 것이다. 
열린 트렁크에는 옷이 담겨 있던 종이가방이 가운데에 한 눈에도 딱 보이게 놓여 있었는데 아마 흔들흔들 위태로웠을 테다. 뒷 차에 운전하고 계시던 할머니 표정이 왜 그러셨는지 짐작이 갔다. 
지금 글 쓰면서 떠올려보니 만약 그 종이가방이 땅으로 또르르 떨어졌다면 대략 40만 원이 날아갈 뻔했던... 그게 더 아찔하군;;

 
 
 

꼭 필요한 한 가지만 잊지 않으면 돼


그럼에도 불구하고, 멕시코 친구와 플레이데이트를 하면 우리가 항상 하는 말이 있다. 
공원이든 어디든 한참을 놀고 자리를 떠날 때, 핸드폰 챙겼어? 가방 챙겼어? 하면서 혹시 서로의 소지품을 놓고 갈까 봐 체크한다.
그러다 우린 "늘 꼭 하나만 잊지 않으면 돼." 하며 동시에 까르르 웃어댔다. 
 
나의 아들 럭키와 멕시코 아들 M :)
다른 거 다 잃어버려도 우리 아이들은 절대 잃어버리면 안 되지!
 
 
 
 

너에게 눈을 뗄 수 없어(24개월 럭키, Sep, 2023)

 
 
 

지금은 나에게 가장 중요한 너만 생각하느라,
그동안 나만을 위했던 나를 잠시 잊고 사는 거.

 
 
 
 
매일을 빼곡하게 스케줄을 적어놓고 생활하는 것을 좋아하는 나로서는 건망증과 같은 작은 실수가 내겐 늘 엄청 크게 다가온다. 그래서 한동안 기억에 오래 남는다.
 
도대체 그 순간 내 정신은 어디에 있었길래 뭘 이리도 깜빡깜빡하는지 자책을 하다가도 가만히 보면 내 생활은 어느새 그렇게 되어 버린 것 같다. 
내 손톱을 자를 때가 됐네 하며 바라봐 놓고선 럭키 손톱을 자르면서 이내 내 손톱 상태는 잊어버리고, 부엌에 뭘 하러 들어갔다가 쫄래쫄래 나를 따라온 럭키의 요구를 응하다 보면 내가 왜 부엌에 들어왔는지조차 잊어버릴 때도 있다. 
 
아이가 생기기 전엔 이런저런 이야기를 주위에서 들으면 뭐 설마 그러겠어? 하는 것들이 이젠 아주 정직하게 차근차근 하나씩 체험하고 있으니 엄마로서는 아주 충실히 잘 살아가고 있는 듯하다.
아이는 빠르게 성장할 테고, 나는 지금 이 순간의 아기에게 최선을 다해서 후회를 남기지 말자!
이렇게 다시 자기 합리화 긍정회로를 열심히 돌리며... 더불어 기억력도 살아나길ㅠ.ㅠㅋㅋ

 
 
 
 
 
[캐나다 일상] 15개월 아기를 키우면서, 요즘 나는... 괜찮은 걸까?

[캐나다 일상] 15개월 아기를 키우면서, 요즘 나는... 괜찮은 걸까?

귀염둥이 아들은 15개월이 되었다. 보물 1호가 일기장, 취미가 '일기 쓰기'였던 내가 임신 이후 이 모든 것을 잊고 살게 되었다. 끄적끄적 뭔가 기록으로 남기면 스트레스가 풀리곤 했는데 그럴

dream-thinking-future-together.tistory.com

 
 
[캐나다 일상] 한국을 좋아하는 멕시코 친구 이야기(feat.육아 동지)

[캐나다 일상] 한국을 좋아하는 멕시코 친구 이야기(feat.육아 동지)

*내가 생각하는 친구란, 든든하게 서로 믿어주고 지지해 주는 것. 멕시칸 친구가 생겼다! 럭키(태명)를 데리고 도서관 어린이 프로그램을 다니면 항상 만나게 되는 엄마와 아기들이 있다. 대부분

dream-thinking-future-together.tistory.com

 

728x90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