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접 인생 경험 :D/임신에서 출산까지 찐한 토크

23주 임신 중기, 대상포진(Shingles)의 생생한 경험 1 (feat. 감동의 캐나다 주치의)

Hi_Elly 2021. 5. 5. 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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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과 마음이 아프다

 

누군가 말했다. 

정말 고통스러운 통증을 느끼는
세 가지는 

출산, 요로결석, 대상포진이라고..

 

그 공포의 대상포진을

나는 임신 중기에 걸렸다.

지금은 끔찍했던 10일간이 지나 
숨은 돌릴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이 순간도 타는 듯한 작열감과 함께

밤이 오면 더 큰 통증과
여전히 싸우고 있다. 

주치의가 말하길,
한 달은 지속될 거라고..


 

● 대상포진(Shingles = Herpes zoster)이란?

어릴 적 한 번씩 앓게 되는 수두 바이러스가 치료가 된 후에도 몸속의 신경에 오랜 기간 잠복해 있다 신체의  면역 기능이 떨어졌을 때 다시 활성화되어 나타는 질환이다. 

예전에는 연세가 많은 노인에게 나타날 수 있는 면역 질환처럼 알려져 왔으나 최근에는 대상포진에 걸리게 되는 연령층이 점차 낮아졌고 특히 면역력이 약한 임산부 및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직장인들이 흔하게 겪을 수 있는 질환이 되었다. 


# 증상

척추를 중심으로 왼쪽 혹은 오른쪽으로만 증상이 발현되는데 불에 덴 듯한 혹은 전기가 통하는 듯한 통증이 동반되고 두드러기처럼 동그랗게 붉게 올라오는 피부 병변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다. 대상포진이 발현되기 전 두통, 몸살, 팔다리가 저린 듯한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 치료

가장 중요한 것은 병변에 수포가 발생되기 전 72시간(3일)안에 항바이러스제를 7일 동안 먹는 것이다. 증상의 정도에 따라 주사 접종과 입원이 필요할 수 있다.


# 휴유증

대상포진은 완치가 된 것 같아도 컨디션이 좋지 않으면 증상이 있었던 부위에 신경통을 겪을 수 있고 대상포진에 대한 재발에도 항상 주의가 필요하다. 

 

● 나의 대상포진 원인

적지 않은 나이에 임신하여 면역력이 많이 저하된 상태에 최근 이사 문제로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고 있었던 게 원인으로 생각된다. 

 

대상포진(Shingles)

 

● 대상포진 경과 기록

임신 23주 통증이 발현되었다. 3일간 심한 요통에 시달렸다.

왼쪽 허리가 너무 아팠고, 배가 뭉치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잠을 제대로 잘 수 없었는데 임신 중기에 나타나는 고질병 같은 증상이라 생각하고 참았다. 

# 지옥의 문 : 약 복용 1일 차

밤을 꼴딱 새운 어느 날, 통증이 있는 부위가 가려우면서 오돌토돌한 붉은 것들이 군집되어 올라왔음을 육안으로 확인이 가능했다.

부위는 배의 임신선 쪽과 왼쪽 허리 부분.  단지 가렵기만 했으면 임신 소양증으로 생각했을 텐데 3일간 지속되었던 통증에 초점을 맞추니 대상포진 일수도 있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말로는 익히 들었지만 직접적으로 본 적은 한 번도 없기에 대상포진에 대한 폭풍 검색에 들어갔다. 나와 증상이 정확히 맞아떨어졌다. 

 

-> 휴무 날, 진료를 봐주는 캐나다 주치의

밤을 새우고 오전 7시. 온라인으로 병원 예약을 시도했다.

당연히 당일 주치의를 예약할 수는 없었다. 나의 주치의는 이 날 휴무였다. 

하지만 빨리 포진이 퍼지기 전, 수포가 올라오기 전에 약을 복용해야 된다는 생각에 금일 진료를 볼 수 있는 아무 의사에게 진료 예약 신청을 하였다. 진료받고자 하는 이유를 임신 23주에 대상포진에 걸린 것 같다는 메시지를 남겼다. 

그런데 병원으로부터 뜻밖의 연락이 왔다. 나의 상태가 주치의에게 보고가 되었고 그녀가 전화로 내게 진료를 봐주겠다고 한 것이다. 

집에서 쉬고 있던 나의 주치의는 발신표시제한으로 내게 전화를 걸었고 영상통화를 통해 내 상태를 확인시켜주었다. 이런저런 40분간의 통화를 끝으로 우려했던 대로 대상포진으로 보인다는 의견을 받았다. 그리고 임산부에게 무해하니 걱정하지 말라며 7일간의 약 처방을 내려주었고 우리 집 근처 약국에서 픽업할 수 있도록 조치를 취해 주었다. 

새벽에 확인했던 포진은 오전을 보내는 동안 더 선명해지고 있었다. 나는 막연한 요통에 시달리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질환의 확실한 이유를 알고 나니 오히려 안심이 되는 기분도 있었다. 

아점을 먹고 샤워를 한 후 약국에 약을 픽업하기 위해 준비를 마쳤을 무렵, 다시 주치의에게 연락이 왔다. 직접 내 상태를 보고 싶다고 혹시 병원으로 올 수 있냐는 연락이었다. 본인은 병원에 20분 후에 도착할 것 같다고. 

그렇게 나와 남편은 바로 병원으로 달려갔고 주치의는 다른 의사까지 불러 나의 상태를 꼼꼼하게 봐주었다. 최종적으로 확실히 대상포진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임신 중 약을 먹어야 한다는 게 내키진 않았지만 인터넷에서 봐 왔던 정보처럼 7일간 약을 먹어야 호전될 것이고, 주치의로부터 임산부에게 무해하다는 확답을 들었기에 딱 7일 간만 잘 견뎌보자고 마음먹었다. 

 

# 지옥 간접 경험 : 약 복용 2일 ~ 4일 차

가장 통증을 느꼈던 시간이다. 7일간 35개의 알약을 처방받았는데 하루 5시간 텀을 두고 약을 복용하면 되었다. 

2일 : 바늘로 찌르는 통증과 몸 안 쪽 깊은 곳에서 전기가 오는 느낌에 저절로 신음이 나왔다. 병변 부위가 조금 더 넓어진 것 같았고 뜨거운 열감이 느껴졌다. 옷깃이 스치는 마찰에도 통증이 온다. - 일기 내용 중 

3일 : 팔과 어깨에도 근육통 같은 통증이 느껴지는데 몸이 뻣뻣하고 힘이 들었다. 열감이 너무 심해 가제손수건에 찬물을 적셔 병변 부위에 올려놓으면 잠시 괜찮은 것 같았다. 특히 해가 지고 밤이 되면 꼭 두드려 맞은 듯한 통증으로 온몸이 아파온다.  - 일기 내용 중

4일 : 최악의 고통 날. 통증이 점점 최고조에 달았다. 불에 지지고 있는 듯한 열감. 일어서야 할 땐 무엇인가 짚고 일어나야 할 정도로 몸이 뻣뻣해졌고 손, 옷이 살갗에만 닿아도 통증이 고스란히 느껴졌다. - 일기 내용 중

 

-> 주말, 전화로 컨디션을 체크해 주는 캐나다 주치의

주말에 주치의로부터 나의 현재 몸 상태가 어떤지 확인하기 위해 전화가 왔다.

약은 잘 복용하고 있는지 병변 부위가 더 넓어졌는지 통증은 어떠한지 물어보았다. 나는 통증이 더 심해졌다고 이야기했고 컨디션이 좋지 않음을 설명했다. 주치의는 월요일에 병원에 방문할 수 있겠냐고 물었고 직접 스케줄을 예약해 주었다. 

주치의는 통증이 너무 심하면 타이레놀 혹은 에드빌을 먹어도 된다고 하였다. 또한 수건에 찬 물을 적셔 병변에 대고 있거나 베개 혹은 손으로 병변 부위에 압박감을 주어 통증을 가라앉힐 수 있는 방법들을 설명해 주었다. 

그리고 열감으로 더 진하게 붉은색을 띠고 있는 내 증상을 보고 주치의는 약을 3일 치 추가해야 할 것 같다고 말하였다. 나는 그 자리에서 펑펑 눈물을 쏟아냈다.
아무리 아기에게 무해하다고 해도 약을 먹는다는 게 미안했고 이렇게 자꾸 아픈 게 너무 속상했다. 주치의는 그런 나를 위로해 주었다. 

 


대상포진에 걸리고
정말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 

내가 건강에 대해서 너무 자신만만하게 생각했던 안일함을 반성하게 되었고 내 주변 상황 일들로 계속 말로는 괜찮다고 말했지만 몸은 스트레스에 이미 조금씩 반응하고 있었다는 것을 왜 간과했을까 후회했다. 

@ 내 주치의가 특별히 감동적인 사람이었을 수도 있지만 진심으로 환자와 소통하고 케어해 주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모습에 큰 감사함을 느꼈다. 이건 캐나다의 의료 체계라서 가능했을 수도 있단 생각이 든다. 진료 상황에 따라 환자 한 명과 40분 이상을 대면해 줄 수 있는 의사라니 한국에서는 도저히 상상할 수가 없다. 

@ 마지막으로 나를 가장 사랑하고 아끼는 사람은 역시 엄마구나 라는 것을 새삼 깨달았다. 어릴 적부터 극진한 사랑을 받고 자라기도 했지만 멀리 떨어져 아픈 딸을 늘 걱정하는 엄마의 마음에 자꾸 눈물이 핑 돌았다. 가뜩이나 임신 후 아기에 대한 모성애가 생기면서 엄마의 모든 것들이 뭉클해져 오는데 멀리서 물질적 정신적으로 딸에게 도움되는 모든 것들을 하려고 하는 엄마의 노력에 나는 마음이 아팠다. 

 

아픈 만큼 성숙해진다고,
우스갯소리가 아닌 정말 나는 성장했다. 

대상포진 절대 걸리지 않도록
항상 건강하게,

스트레스 조심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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